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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k Mar 30. 2017

#05. 두 번째 오키나와 (디프레스 되지 않는 법)

“이것은 오키나와 다이빙 가이드가 아니다”

오키나와에는 1월부터 3월까지 혹등고래가 나타난다. 이것은 웨일 와칭(whale watching) 프로그램으로 개발되어 관광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배 위에서 고래를 관찰하는 것이 아닌 바다에 들어가 고래와 수영(whale swim)을 하는 것이었다. 남태평양의 통가라는 나라에서는 혹등고래와 수영하는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호주나 뉴질랜드를 거쳐 통가에 다녀온 다이버의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그 험난한 여정 대신 2시간 거리의 오키나와에서 혹등고래를 만날 수 있다면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어째서인지 머나먼 통가와 비교도 안 되게 가까운 오키나와 웨일 스윔의 정보는 많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취급하는 곳이 많지 않아서인가? 아니면 성공한 사람이 없는 걸까? 스쿠버 다이버들이 혹등고래의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경험담은 들려왔지만, 프리다이빙으로 고래를 만났다는 후기는 찾기 어려웠다. 직접 경험했다는 증거들이 있다면 결정과 확신에 힘을 실어 주었겠지만, 미약한 확신이라도 여행을 떠날 동력으로 충분했다.


3월 초 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2월부터 오키나와 날씨를 주시했다. 비가 자주 오거나 흐리고 바람이 불었고 12월보다 궂은 날씨가 이어졌다. 3월이 되고 오키나와에 도착했다. 흐린 날씨로 바다는 12월보다 탁해 보였고 심한 바람과 출렁이는 너울에 들어갈 생각에 조금 심란해졌다. 오키나와 입국 이튿날부터 2일간 고래를 만나러 갈 예정이었지만 험한 바다 상태로 모두 취소되었다. 대신 여행 4일째 거짓말처럼 맑아진 날, 마침내 고래를 만나러 갈 수 있었다. 흐리고 거친 바다 대신 가장 눈부시고 잔잔한 바다에 나가게 되어 우리에게는 행운이었다.


차나 기차,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는 본인이 얼마나 멀미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차에서 독서라도 하지 않는 한 멀미하는 일이 없었고 가끔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하지만 심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뱃멀미를 포함한 바다 멀미의 파괴적인 위력은 겪어본 이만이 알 수 있다. 몸 안의 평형기관이 무력해지고 시체처럼 누워 가끔 토악질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다이빙을 하면서 내가 멀미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조금만 너울이 있어도 속이 울렁거리고 헛구역질을 한다. 그래서 다이빙 나가는 날은 아침을 거의 먹지 않는다. 5일의 여행 기간 동안 입국과 귀국일을 제외하고 3일간 바다에 들어갔다. 첫날 궂은 날씨에 멀미를 걱정했지만, 다이빙 내내 바다는 완벽했다. 천만다행이었다.


살면서 운이 좋다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다이빙을 시작하고 운이 좋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 하늘이 쾌청하고 햇살이 눈부셔서, 흐리고 비가 와도 바다가 잔잔하고 시야가 맑아서(폭우가 아니라면 비는 다이빙과 크게 상관이 없다. 오히려 물속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수면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파동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근사하다) 처음 찾은 다이빙 포인트의 바다 환경이 좋아서, 함께 여행 온 멤버들이 좋은 사람이라서, 이렇게 근사한 여행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운이 좋은 이유는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면 그럴 수 있다.


좌절된, 억울한 상황에 초점을 맞춰 왔었다. 디프레스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내외부의 부정적인 기운에 휩싸이곤 했다. 바다 여행을,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많이 달라졌다. 혼자 가라앉지 않고 환기가 되고 맑아져 웃을 수 있었다. 바다가 좋아서, 바다가 좋지 않으면 풍경과 공기가 좋아서, 사람들이 좋아서, 웃을 이유는 얼마든지 있었다.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은 잠깐 아쉬워하고 가질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아 취하고 즐기면 된다. 여행을 할수록 그 방법을 알고 즐길 수 있는 근육이 생기는 게 느껴진다. 단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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