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어머니의 이야기
감독 마츠오카 조지, 니시타니 히로시
출연 오다기리 죠, 키키 키린
오다기리 조는 이 영화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최종적인 골"이라고 표현했다. 배우 생활을 하며 최종적으로 도달할 작품 같은 것으로 이 영화를 얘기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괴로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오다기리 조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배우 소지섭도 발리에서 생긴 일의 강인욱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힘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강인욱이라는 캐릭터는 어머니와 둘이 사는 캐릭터로 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의지하는 술집 작부로 드라마 상에서 그려지고 있었기 때문에 역시 오다기리 조처럼 한부모 가정에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자란 소지섭 역시 자신과 닮은 구석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아무래도 자신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내는 것보다는 실제 배우 자신의 가정환경이라든지 성장배경이 묘하도록 닮아 있는 엇비슷한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배우 입장에서는 심적으로 부담이 되는 일인가 보다.
개인적으로는 메종 드 히미코랑 비교해 가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다기리 조의 전작인 메종 드 히미코가 게이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다룬 영화라면 이 영화는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다룬 영화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뭐, 아버지도 나오긴 하지만 가정을 내팽개치고 사는 사람이므로, 마군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있으나 마나한거나 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도 마군의 아버지는 마군의 인생 전반에 걸쳐 어떠한 영향을 끼친다.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고? 그건 차차 말하기로 하고.
그래도 마군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아버지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러니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아버지를 찾아갔던 거라 생각한다. 그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은 배의 앞 모습을 몰라, 배의 옆 모습만 그리는 마군에게 아버지가 어느날 나무를 깎아 배를 만들어준 일이다. 그것도 만들다가 무슨 생각에선지 말아버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그때의 기억은 마군에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아버지가 만들어준 나무 배를 들고 (칠도 하다가 말아버린)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노래를 불렀던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마군의 어머니 생각은 좀 달랐던 것 같다. 마군의 어머니는 남편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정엔 관심도 없고 생활을 내팽개치는 남편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마군의 아버지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어머니는 마군이 아버지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포기한다. 자식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을 권리를 가지고 있는 어머니는 아마 이 세상 천지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마군의 어머니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뒤로 어머니는 아들만을 바라보며 모든 희망을 걸고 살지만 아들은 그러한 어머니의 기대를 배반한다. 어머니 곁을 떠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자신이 어머니 곁을 떠나야 어머니가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마군은 어머니의 곁을 떠나지만, 사실은 자신의 낡은 생활이 지겨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 어린 마군에겐 아버지에게 버림 받고 자신만을 바라보며 사는 어머니가 어쩌면 짐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짐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떠나고 싶은. 또 자신이 어머니에게 그러한 굴레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아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머니는 그저 힘내라는 말로 아들을 격려 할 뿐이다. 언제 어디서나 처음의 그 자리에서 언제고 돌아올 아들을 기다리면서. 그로부터 몇년 뒤, 다시 도쿄로 떠나는 아들. 그런 아들이 원망스럽지도 않았을까? 어머니는 다시 어머니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아들을 위해 진수성찬을 차려준다. (뭐 이쁘다고 -_-;;)
아마도 당분간은 아들에게 밥상을 차려줄 일이 없을 테니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먼 길 떠나는 자식에게 맛있는 것 먹여 보내는 것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비슷한 것 같다.
그저 아들 잘 되기만을 바라며 힘들게 식당을 해 번 돈을 아들에게 모두 쏟아 붓지만 아들은 그러한 어머니의 기대를 배반하고 여자와 술, 마작에 빠져 인생을 낭비한다. 할머니가 위독하시다고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 어머니가 차비로 보내준 돈을 마작에 쓴 것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리는 주인공.
일본의 중심, 도쿄의 중심인 도쿄 타워 같이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 볼 꿈을 안고 도쿄를 찾았지만 결국 주인공의 인생은 그 주변부를 어슬렁거릴 뿐이었다. 지긋지긋한 생활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인생은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지는 듯 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어느날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하게 된다. 다행히 아버지가 물려준 미술적 재능으로 일러스트를 그리며 밥벌이를 하고 웃긴 칼럼을 쓰고 라디오 방송에 나가 야한 이야기를 하면서 근근히 입에 풀칠도 하고 카드빚도 갚게 된다. 그렇게 되자 고향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난 주인공은 어머니를 도쿄로 모시고 온다. 그러나 좀 살만 하면 언제나 일이 터지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어머니는 죽을 병에 걸리게 되고 그제서야 아들은 깨닫게 된다. 자신이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는지를. 또 어머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그런 어머니를 15년 동안이나 홀로 내버려 두었다는 생각에 괴로워 하는 주인공에게 어머니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수첩에 남긴 글로, 또 주인공의 헤어진 옛 여자친구의 입을 빌려.
사실, 주인공에게도 가족이란 울타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가족은 요요와 같아서 벗어나고 싶어도 다시 돌아오게 된다고 한다.
끊고 싶다고, 도망가고 싶다고 해서 도망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요요처럼 멀어지고, 다시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더라도 헤어질 수는 없는 사이. 그것이 가족인 것이다. 내 의지로는 안되는 것이 가족과의 관계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이 가장 가난하고 헐벗었을 때, 내 마음이 시린 겨울 속에 있을 때 그때엔 가족의 품을 그리워하고, 그 품 속을 찾아 다시 돌아가게 되는 것이리라.
돌고 돌아서 먼 길을 걸어서 다시 가족에게 돌아간 한 남자의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 도쿄 타워다. 이 영화는 릴리 프랭키의 <도쿄 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이 소설은 릴리 프랭키의 자전적 성장 소설로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만나보는 것도 좋으리라.
마-군, 긴 세월 고마웠다. 도쿄생활은
아주 재미있었다. 엄마는 결혼에는
실패했지만 마음 착한
아들을 선물 받아서 행복한 마지막을
맞을 수 있어요. 어릴 적엔
울보에 병약해서 신불님께
빌 때는 첫째는 건강
그리고 순진한 아이로 자라길..
크고 나서는 역시 건강이 첫째
그리고 장사번성, 요즘엔
욕심을 내서 여자친구랑 두 사람 몫의
안전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는
정말로 우리 딸 같았다.
어머니, 어머니 하고 애교 부리는 것이
너무나 기뻤어.
엄마는 행복하게 막을 내릴 수 있어서
아무 여한이 없습니다.
잘 있거라, 마-군.
-영화 도쿄 타워에서 주인공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남긴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