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살인은 없다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팔리 그레인저, 루스 로먼, 로버트 워커
'글도 말도 버렸더니 내 영화가 만들어졌다'라는 명언을 남긴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 공포 영화의 거장으로 잘 알려져 있는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 어렸을 때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을 좋아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처음 그의 영화를 접한 후 팬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영향으로 영화도 좋아하게 된 것 같고, 공포영화 마니아도 됐었던 것 같다. 한때는 무협영화 시리즈를 즐겨 보기도 했었지만.
열차 안에서 전도유망한 테니스 선수인 가이 하이네스에게 한 남자가 말을 건넨다. 이 남자의 이름은 브루노 안토니. 두 사람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다가 기차의 객실에서 함께 점심을 먹게 된다.
이 전도유망한 테니스 선수는 유부남으로 국회의원 딸인 앤 모턴과 바람을 피고 있다. 이 테니스 선수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부인과 이혼을 하려고 하는 중이다. 정계에 진출할 생각을 갖고 있는 야망 있는 청년이기도 하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부인이 그와의 이혼을 원했다. 이 테니스 선수의 부인이 먼저 바람이 난 상태로 다른 남자의 아이까지 임신하게 된 것.
가이 하이네스는 그에게 선물 받은 라이터를 잠깐 빌려주게 되고, 브루노 안토니는 라이터 위에 새겨진 이니셜을 보고 그것이 국회의원의 딸과 그 가이 하이네스의 이니셜이 새겨진 특별한 라이터임을 알게 된다.
기차 안에서 만난 이 낯선 남자는 테니스 선수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과 그 상대가 국회의원의 딸이라는 사실. 또 그가 이혼을 하려고 한다는 것까지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 낯선 남자는 재산이 많으면서도 자신에게 인색한 아버지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는 상태로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고 그에게 말하면서 교환 살인을 제안한다. 그 소리에 질색을 하면서 내릴 때가 되어 기차에서 내리는 남자 주인공은 라이터를 기차 안에 두고 내리게 된다. 그리고 이 낯선 남자는 그 라이터를 손에 넣게 된다.
가이 하이네스는 별거 중인 부인과 이혼을 하려고 하지만 가이 하이네스의 부인 미리암은 그가 테니스 선수로 실력을 쌓아 성장하고, 인기를 끌며 돈을 많이 벌게 되자 그와 이혼할 생각을 버리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아 그와 함께 키우겠다고까지 한다.
이미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된, 그리고 정계에 진출할 야망이 있는 가이 하이네스는 그런 부인과 크게 다투게 된다. 그리고 공중전화 박스에서 자신의 내연녀인 앤 모턴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말하고 그 시각, 기차가 지나간다.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며 순간적으로 교환 살인을 제안했던 그 남자를 떠올리게 되는 가이 하이네스.
브루노 안토니는 남자 두 명과 섬에 있는 놀이공원에서 데이트를 하는 미리암(가이 하이네스의 부인)을 뒤쫓는다. 그가 그녀를 뒤쫓을 때 한 꼬마가 장난감 권총을 들고 와 그에게 '꼼짝마!'라고 한 후 '뱅뱅'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국말로 들려서 깜놀했다. 그래서 다시 돌려봤는데 역시 한국말로 '꼼짝마'라고 한 것 같아서 좀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한국말로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우리말로 들렸음. 근데 이 부분에는 자막이 나오지 않았다.)
미리암은 브루노 안토니가 자신을 쫓아오자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줄 안다. 그리고 회전목마를 타고 배를 타러 간다. 남자는 배를 타고 그녀를 뒤쫓는다. (우리나라의 오리배 같은 개념의 배인듯) 으슥한 곳에서 브루노는 그녀의 이름을 확인하고, 그녀는 올 것이 왔다는듯 회심의 미소를 짓지만 그는 그녀의 목을 졸라 살해한다.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 가이 하이네스의 라이터를 떨어뜨렸다가 다시 줍는다.
그 시각, 가이 하이네스는 기차 안에서 잡지를 읽다가 처음 만난 노교수와 잠깐 대화를 나눈 후 손목 시계로 시간을 확인한다. 살인 직후 그의 집으로 찾아오는 브루노 안토니. 그는 선물을 가져왔다고 말하며 미리암의 안경을 건넨다. 그는 브루노 안토니가 자신의 아내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고 미친 놈이라고 욕을 하고 그는 기차 안에서 같이 살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느냐면서 우리는 공범이라는 식으로 그를 몰아간다.
브루노 안토니는 미리암을 알지 못하니까 자네한테는 동기가 있고 자네 동의 하에 내가 살인을 한 것으로 될 거라고 말하며 경찰은 내 말을 믿어줄거라는 그의 말에 경찰서에 들어가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 시각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경찰이 그의 집에 다녀간다.
브루노 안토니는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해달라고 그를 압박한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경찰이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뒤쫓기 시작한 것. 미행까지 당하게 된 가이 하이네스는 내연녀인 앤 모턴에게 그 사실을 숨기지만, 앤 모턴은 넥타이의 독특한 문양으로 브루노 안토니를 기억해내고 수상하게 여긴다. 브루노 안토니는 그에게 편지와 집 열쇠, 권총, 그리고 편지 속에 집 구조를 그려 넣은 그림을 보내며 그를 압박한다.
그는 경찰에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려고 하지만 그날 기차 안에서 만난 교수는 만취해서 그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말해 기차 안의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가 없다. 그는 증거를 찾으려는 경찰들에게 계속 쫓긴다.
가이 하이네스는 브루노 안토니의 협박에 브루노 안토니가 보내준 열쇠와 권총을 들고 그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브루노 안토니의 아버지를 만나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했으나 브루노 안토니의 아버지는 그날 집에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엔 브루노 안토니가 있었다. 가이 하이네스는 브루노 안토니에게 자신은 살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권총과 열쇠를 돌려주고 돌아온다.
그를 뒤쫓아 다니는 브루노 안토니 때문에 마음 편한 날이 없는 가이 하이네스는 정계 인사들이 모이는 워싱턴에서 열린 파티 자리에서 브루노 안토니가 한 중년 부인의 목을 조르는 장면을 목격한다. 브루노 안토니가 자신의 여동생 바바라를 보며 목을 조른 것을 알게 되는 앤 모턴은(그녀는 가이 하이네스의 부인과 닮았다.) 브루노 안토니가 가이 하이네스의 부인을 살해했다는 사실과 그가 가이 하이네스를 협박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브루노 안토니는 가이 하이네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자, 그의 라이터를 사건 현장에 도로 갖다 놓겠다며 그를 협박하고, 그는 테니스 경기 도중 라이터를 찾기 위해 자신의 내연녀에게 형사들을 따돌려 줄 것을 부탁해 빠져나온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둔 차를 타고 사건 현장으로 간다. 그런 그를 경찰이 뒤쫓아 간다.
사건 현장에서 회전목마에 올라탄 브루노 안토니와 가이 하이네스는 격한 몸싸움을 하게 되고, 경찰은 이를 제지하려고 총을 쏜다. 그 바람에 회전 목마의 줄이 끊어져 회전 목마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회전 목마를 멈추게 하기 위해 한 노인이 회전 목마 밑으로 기어 들어가고, 위에서는 난투극이 계속 벌어진다. 노인이 회전목마를 멈추게 하지만 그 과정에서 회전목마가 부서져 무너져 내리게 되고 사람들이 다친다. 이 과정에서 브루노 안토니는 회전목마에 깔리게 된다. 브루노 안토니는 마지막까지 그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하지만 놀이공원에서 일하는 직원의 말과 (가이 하이네스를 본 적이 없고 브루노 안토니를 봤다는 증언) 그가 손에 꼭 쥐고 있었던 라이터를 죽는 순간 손을 펴게 됨으로 인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고 앤 모턴과 결혼 할 수 있게 된다.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영화치고는 스릴러 영화로서의 스릴은 좀 약한 것 같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특히 싸이코나 새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스릴은 좀 없다.) 대신 심리적으로 압박하며 몰아가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떤 공포심을 주는 것은 ('새'에서부터 보여지던) 상당히 잘 살아 있다.
히치콕 감독 영화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개 한 마리를 등장시켜서 개 한 마리의 등장만으로도 공포감을 느끼게 만들었던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에는 일상적인 것들을 좀 낯설게 보이게 하고 무섭게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 굉장히 강한 것 같다. 회전목마가 회전을 멈추지 않고 빠르게 회전하며 부서지는 장면도 그렇고. (그의 영화 '새'를 보고 나서 새가 무서워졌던 기억도 난다.)
히치콕 감독은 '글도 말도 버렸더니 내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자신의 말처럼 주로 자신의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몇 개의 이미지들로 공포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몇 가지의 장면들이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싸이코에서는 여주인공의 샤워 장면(기괴한 음악과 함께 나왔던), 새에서는 새떼들이 여주인공과 사람들의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장면이 그랬다. 이 영화 속에서는 회전목마와 (히치콕 감독이 공포의 소재, 또는 이미지로 차용한 이것이 놀이공원에서 어린이도 또 막 사랑에 빠진 남녀도 즐겨 타는 놀이기구라는 사실은 얼마나 끔찍한가?) 반복해서 보여지는 라이터가 그랬다. (중간에 브루노 안토니가 자신의 어머니가 그린 기괴한 그림을 보며 아버지라고 말하는 장면 등이 나오기도 하지만.)
천천히 회전하는 회전목마가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이나, 그것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회전하며 멈추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히치콕 감독은 유년시절의 추억 한 페이지 정도는 장식하고 있을 회전목마 위에서의 기억, 또는 기념 사진 속 이미지를 히치콕의 자신의 영화 속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둔갑시키며 그 이미지를 부서뜨린다.
네이버 영화 줄거리에는 브루노 안토니가 소년으로 표현되어 있던데...소년은 아님. 중년 남성으로 주인공보다도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 (줄거리를 좀 수정할 필요가 있을듯) 이 얼굴이 (위의 사진) 어딜 봐서 소년임? ㅋㅋ
결말이 궁금해서 중간에 그만 보려고 했었는데 끝까지 보게 됐던 영화로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다. 살의를 가지고 있는 남자와 살의는 없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살해하는 남자, 그리고 브루노 안토니오가 이 영화 속에서 '사람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고도 밥이 넘어가나요?"라고 묻는 질문에 무표정한 얼굴로 살인자는 사형되어야 마땅하다는 대답을 하는 판사의 모습을 통해 '살인'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살인에는 나쁜 살인, 좋은 살인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좀 들었고. 그나저나 이 영화에 나오는 남자 배우들 참 잘생긴듯. 히치콕 감독의 팬이라면 한 번 보는 것도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