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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un 26. 2017

시선 너머

당신의 시선 너머엔 무엇이 있나요?


우리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그들의 인권


5명의 감독이 만든 다섯 편의 인권영화. '시선 너머' 개인적으로는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이 연출한 '바나나 쉐이크'가 제일 좋았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조금 가벼운 느낌이지만, 여운이 더 길게 남았던 작품이었고 유머감각도 느껴져서 좋았던 것 같다.


1. 이빨 두 개
 
첫 번째 영화는 강이관 감독의 이빨 두 개. 이빨 두 개는 북한에서 탈북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탈북자(새터민)들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남자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친구와 장난을 치다가 다른 반 여자 아이가 휘두른 야구 방망이에 이를 부딪혀 앞니 두 개가 빠진다. 그런데 그 여자 아이네 가족은 탈북자 가족이었다. 이빨 두 개가 빠진 남자 아이는 북에서 온 여자 아이에게 흥미를 느끼고 가까워진다. 그러나 북한에서 온 여자 아이네 부모는 임플란트가 뭔지도 모른다. 북에서 탈북을 하느라 여자 아이의 아버지는 목숨을 잃었고, 여자 아이의 어머니가 혼자 생계를 책임지는 탓에 비싼 임플란트 비용을 대줄 수가 없다. 보철 치료비는 학교에서 부담을 해줬지만, 남자 아이네 어머니는 임플란트 비용을 여자 아이네 어머니에게 부담하게 하려고 한다. 한동안 여자 아이는 학교에도 나오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 50만원을 마련해 온다.


그러면서 남자 아이에게 돈이 그렇게 좋으냐고 말한다. 남자 아이는 별달라질게 없는 일상을 이어가지만, 여자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 남자 아이는 수업을 받다가, 친구와 수다를 떠는 여학생 두 명을 바라본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돌린다. 그 남자 아이의 시선 너머에, 그 아이가 고개를 돌린 그 너머에 그 여학생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공교롭게도, 탈북 청소년 중 상당수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탈북 청소년에 대한 차별이라든지, 문화의 차이 등으로) 학업을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는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신문 기사의 내용이 떠올랐다.


2. 니마
 
부지영 감독의 영화 '니마'는 불법 체류자인 외국인 노동자 니마의 이야기를 통해 인권의 사각지대에 서 있는 외국인 여성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니마는 모텔에서 청소하는 일을 하고 있다. 니마에게는 출산을 앞둔 딸이 한 명 있다. 어느날 니마와 같이 일을 하게 된 한국인 여성 노동자가 온다. 이 한국 여성은 은근히 니마를 무시한다.


삶이 녹록치 않기는 니마와 별다를 게 없는 여성이다. 니마와 이 한국 여성은 파티를 하고 간 사람들이 치우지 않고 천장에 매달아 놓고 간 풍선을 터뜨리며 가까워진다. 처지가 비슷한 두 여성. (두 사람은 자녀와 떨어져 지낸다) 정이 많은 니마와 한국 여성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주다가 모텔 사장에게 욕을 먹고, 감봉을 당한다. 니마는 고국에 있는 딸 아이의 사진을 보며 자장가를 부르며 외로움을 달랜다. 그런 두 사람 앞에 양수가 터진 여고생이 나타난다. 니마는 그 여고생의 모습에서 딸을 본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딸을. 니마는 그 여고생의 출산을 도와준다. 그리고 고국인 몽골로 돌아간다.


3. 백문백답
 
김대승 감독의 백문백답은 직장 여성이 사회에서 당하는 차별과 사내 성희롱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희주(김현주)는 브로셔 팸플릿 디자이너로, 좋은 회사에 다니고 사내에서도 능력을 인정 받으며 일하는  유능한 사원이지만 회사의 팀장에게 남모르게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 그녀는 팀장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강간 및 성희롱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만 경찰서에서 심문 과정 중에도 성희롱을 당하고, 사건을 담당한 형사 역시 그녀에게 잘못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며 그녀를 괴롭게 만든다. 그녀는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자기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서 빚을 갚아야 하는 처지라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다. 피해자인 희주는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하게 되지만, 주변에서 꽃뱀이라는 소문이 난다. 결국 그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그만둔다.




4. 바나나 쉐이크
 
윤성현 감독의 바나나 쉐이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외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오해를 받는 상황을 보여준다. 알빈은 이삿짐 센터에서 일한다. 포장 이사 일을 하던 도중 귀금속이 없어지는데, 쿠바에서 온 알빈이라는 외국인 노동자가 오해를 받는다. 귀금속을 훔쳐간 이삿짐 직원은 알빈에게 죄책감을 느끼지만 자신이 범인이라고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알빈은 자신을 옹호하는 그에게 술 한잔을 마시자고 한다. 알빈이 범인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하자, 그는 죄책감을 느끼지만, 알빈은 자신이 범인이라고 한다. 알빈은 임신한 아내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돈이 필요해 금반지 몇 개를 훔쳤던 것이다. 이삿짐 직원은 알빈에게 금반지를 받아 봉투에 담는다.


그리고 그 봉투에  자신이 훔친 은반지를 집어 넣는다. 그는 그 봉투를 그 집 문 아래 놓아 두고 왔다가, 봉투가 사라진 것을 알고 그 집에 들어가 '봉투를 가져갔느냐'고 묻는다. 아무도 모르게 놓아두고 갔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그 집 주인들은 그가 범인임을 알고 그를 신고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귀금속만 돌려준다면 그냥 넘어간다고 했는데, 그 집 주인들이 그를 범인이라고 믿으며 신고하려고 하자, 그는 알빈이 훔쳤다고 얘기한다.



알빈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통사정을 해  겨우 용서를 받고 그곳을 나온다. 그리고 알빈에게는 자신이 훔쳤다고 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알빈은 그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능청 떨지마라고 말한다. 능청 떨지마는 그가 '정말 고맙다'라는 뜻이라며 그가 사장에게 월급을 받을 때 쓰라고 말하며 가르쳐준 말이다. 이삿짐 직원은 그와 얘기를 나누다가 아내의 수술비를 사장에게 얘기해 빌릴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한결 가까워진 두 사람.


그러나 이삿짐 직원은 그가 필리핀에서 왔다고 말하자 놀란다. 그리고 두 사람은 바나나 쉐이크 이야기를 하며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한 사람은 고향을, 한 사람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보라카이 해변에서의 휴식을 그리워 한다.


5. 진실을 위하여
 
신동일 감독의 진실을 위하여는 한 가족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고령의 노동자. 그녀는 임신한 딸(보정)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도 병원에 가보지 못하고 호텔에서 청소를 한다. 관리자는 CCTV로 그녀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일을 조금만 소홀히 해도 내려가서 뭐라고 잔소리를 한다. 젊은 관리자가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것에 화가 난 그녀는 결국 청소 일을 그만두고 회사를 빠져 나온다. 병원으로 달려간 그녀는 딸 보정이 자신에게 줄 돈 (그녀의 아들이 사고를 쳐서 필요한 돈)을 가방에 넣어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보정이 전재산을 넣어둔 그 가방이 사라진다. 남편이 잃어버린 것이다. 소파 위에 놓아두었던 가방. 그러나 병원 CCTV를 본 두 사람은 병원 관리자에게 CCTV 확인을 요청하지만, 관리자가 자리를 비워 확인할 수가 없고.


그녀가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하자 병원 관계자가 신고를 하지 못하게 한다. CCTV가 고장나서 확인할 수 없다는 병원 관계자의 말에 병원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사위와 그녀. 그 사이 딸 보정은 하혈을 하고. 아이는 유산되고, 남편은 보정을 위해 미역국을 끓인다. 보정은 그냥 잊자고 말하고, 남편은 억울하다고 말한다. 보정은 남편에게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겠다고 말한다.
 
아이를 잃은 것보다 돈을 잃은 것이 먼저인 남자. 그만큼 그들의 상황은 곤궁하다. 남편은 경찰을 통해 범인을 잡는다. 보정은 인터넷 카페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린다. 병원장은 가방을 가져간 사람이 그  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임이 밝혀졌음에도, 사과는 커녕 그 간호사는 임시직이라 사과를 할 필요가 없고 가방이 사라진 것은 병원 잘못이 아니라며 사과를 하는 대신, 이 부부에게 빨리 게시글을 지우라고 협박한다. 이들 부부는 이 게시글을 억울하다며 삭제하지 않고, 병원 관계자의 지인은 문제의 글을 올린 여성이 결혼 전 낙태를 했으며 유산도 그와 관련된 일이라는 식으로 비방하는 글을 올린다. 병원 측에 남편에게는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던 보정. 남편까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그 글에는 보정을 비난하는 내용의 댓글이 달린다. 영화는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단지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었던 이 젊은 부부는 그로 인해 가정이 흔들리는 위기를 겪게 된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며 남편 인권 역으로 나온 배우의 목소리가 지현우와 비슷한데다 얼굴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 낯이 익어 이름을 보니 김태훈. 알고 보니 배우 김태우의 동생이었다. 이 얘기는 사족이지만... ㅎ 진실을 위하여에는 병원이 지켜줘야 할 환자의 비밀이 보호되지 않고,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된 듯한 상황이 벌어진다. 진실을 밝혀줄 CCTV는 작동하지 않고, 이들 부부의 가정의 평화마저 무참히 깨진다. 이 영화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역시 오롯이 드러난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였던 것 같다.
 
5편의 인권 영화는 우리의 시선 너머에 있는 사람들, 그들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선 너머에 있기에, 들여다 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시선 너머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지만, 때때로 인권은 돈 앞에서, 사회적 편견 앞에서 무참히 짓밟히고, 무시된다. 이 영화를 보며 인권보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만든 다섯 명의 감독에게 감사한다. 이 글을 보고 이 영화를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들이 있다면,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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