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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Dec 18. 2017

마이 시스터즈 키퍼

삶을 되찾기 위해 법정에 선 소녀의 이야기

감독 닉 카사베츠

출연 카메론 디아즈, 아비게일 브레스린, 알렉 볼드윈, 제이슨 패트릭, 소피아 바실리바


우리는 종종 올바른 결정이라고 믿는 일들을 선택한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말이다.


영화는 백혈병에 걸린 언니로 인해 세상에 태어난 (단지 언니에게 자신의 장기들을 제공하기 위해 태어난) 한 소녀가 부모를 고소하고,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 보여준다. 처음부터 소녀는 자신이 선택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언니를 살리기 위해 장기들을 제공한다. 그것은 반 강제적으로 시행되었고, 자유 의지에 따른 기증이 아닌 최선의 선택이었을 따름이다.
 


소녀는 어느 순간 그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소녀는 언니를 사랑하고, 가족들을 사랑한다. 다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 당해야 하는 - 자신의 삶은 존중 받지 못하는 현실이 싫었던 것이다. 자신 때문에 다른 형제들이 고통 받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케이트의 삶 역시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창 관심이 필요한 나이의 오빠와, 동생에게 상처를 줘야 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다. 엄마와 아빠는 오로지 케이트에게만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삶은 케이트가 병에 걸린 이후부터 케이트 중심으로 돌아간다.

케이트가 아프지 않으면 집안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여느 평범한 집들과 다를 바가 없지만 케이트의 몸에 이상이 생기면 집안의 평화는 한순간에 깨어진다. 집에 돌아와도, 심지어 가출을 해도 가출한지도 모르는 부모 사이에서 -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케이트의 오빠. 자신도 힘들고 외롭고, 부모의 관심을 무엇보다 필요로 하지만 아픈 동생 때문에 그런 내색을 하지 못하고 그저 참는다.
 

그냥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평범한 다른 아이들처럼 누리기를 원했던 케이트와 그런 딸을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주고자 했던 엄마, 그리고 자신의 삶도 존중해 달라고 외치며 힘든 결정을 내린 딸 안나. 개개인의 심정들이 다 이해가 가서, 더 아픈 그런 영화였다.
 
가족을 위해 그냥 죽기로 결심하는 케이트는 안나에게 이 모든 일들을 부탁한다. 네 권리를 찾으라고. 더 이상 나를 위해 신장을 기증하지 말라고.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도덕적 선택과, 생명의 존엄성. 두가지 모두 소중하다. 하지만 그 두 가지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건 무엇이 됐든 스스로 하는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의무감이나 책임감. 타의에 의해 강제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것. 그리고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것.
 
마이 시스터즈 키퍼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 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나의 선택은 최선이었을 것이다. 케이트의 선택 역시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들의 어머니 역시 그렇게 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나의 싸움은 삶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었다. 누가 그녀를 욕할 수 있을까? 어떤 삶이든, 존중 받아야 마땅한 것을. 케이트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케이트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던 케이트는, 병 때문에 고통 받는 삶, 사랑하는 가족들에게까지 고통을 주는 삶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했다.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종종 아픈 사람을 살리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사자에겐 완치되지 않는 병을 평생 안고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삶 자체가 병마보다 더 싸우기 힘든 상대일지도 모른다. 삶을 선택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권리. 죽음보다 삶을 선택하는 것이 마땅하고, 그것이 바르겠지만 - 죽음을 통해 안식을 찾고 싶어하는 환자들도 있는 법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산소 호흡기에 의존해 삶을 이어가는 것이 당사자에겐 결국 아무런 의미도 가질 수 없는 것처럼.
 
그들에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주는 것 역시 한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했다. 마이 시스터즈 키퍼. 서로를 너무나 사랑해 상처를 줄 수 밖에 없었던 가족의 이야기.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다. 궁금하다면 꼭 한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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