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리를 구입한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최근에는 다이어리를 구입하지 않고 스마트폰의 다이어리 앱이나 노트 앱을 내려받아 사용한다는 이들도 많다.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난 여전히 다이어리를 쓴다.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다이어리가 '시간관리를 위한 도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이어리를 쓰는 주된 목적은 다이어리를 꾸미기 위해서도, 일기를 쓰기 위해서도 아니다. 가장 큰 이유이자 목적은 '일정을 기록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의 다이어리 앱도 좋은 것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종이 다이어리를 따라가지 못한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필기를 하면 더 잘 기억된다.
종이에 메모를 하면 더 잘 기억된다고 한다. 나는 암기를 잘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면 계속 그걸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되뇌여야 했는데 이것이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심적 부담감이 있으니까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머리에 다른 것이 들어올 자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생각이 들어올 수 있을 리 없다. 우리가 무언가를 기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잊버리기 위해서다' 기록해놓고 잊기 위해서 메모를 하는 것이다. 종이 다이어리는 잠깐 잊어버릴 수 있는 자유를 준다. 사실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메모를 해두면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메모를 해놓고 잠깐 잊을 수 있는 자유가 생기니 오히려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잊더라도 메모해둔 내용을 다시 찾아보기만 하면 되니까 부담 없다. 부담이 없으니 더 잘 기억이 되는 것이고 손으로 쓰면서 한 번 더 머리 속에 입력하는 작업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기 때문에 잘 잊지 않게 된다. 실제로 메모를 해두면 메모해놓은 내용을 다시 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기억이 났던 경우가 많다.
결국 '더 잘 기억하기 위해 기록해야 하는 셈'이다.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은 디지털 기기이기 때문에 배터리가 없으면 꺼진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계속 충전을 하면 되기는 하지만, 다이어리의 경우에는 가방에 잘 챙겨 넣기만 하면 그런 걱정 없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
요즘 다이어리나 노트 중에는 오랫동안 보관해도 변질되지 않는 것들도 많이 나와 있다. 보관만 잘 한다면 오랫동안 기록을 보존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는 가끔 오류가 나기도 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데이터가 삭제되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고,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저장이 안 된다거나 애써 모아놓은 데이터가 날라가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지만, 종이에 기록을 해둔 내용은 물에 젖거나 잉크가 번지지 않는 이상 그런 걱정 없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랫동안 다이어리를 써 오면서 다이어리를 구입할 때 고려하는 점들이 생겼다. 나름의 '좋은 다이어리'에 대한 기준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다이어리를 고르는 것이 좋을까?
휴대하기 편한 것
다이어리에 일정을 기록하고 순간 순간 잊지 않고 중요한 사항이나 아이디어를 메모하려면 휴대성이 좋은 다이어리를 고르는 것이 좋다. 사이즈가 크고 무거운 다이어리는 휴대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휴대하기 편한 다이어리를 선택해야 다이어리 사용량을 늘리고, 다이어리를 시간 관리의 도구로 보다 잘 사용할 수 있다.
칸이 넓은 것
칸이 너무 작으면 일정이 많을 경우 모두 기록할 수가 없다. 포스트잇을 사용해서 관리를 해도 되긴 하겠지만 칸이 작으면 글씨를 작게 써야 하는 어려움도 있으므로, 글씨를 원래 작게 쓰는 게 아닌 이상 다이어리 사용을 잘 안하게 된다. 필기하기 쉬운 다이어리를 고르는 것도 다이어리를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잘 펴지는 것
어떤 다이어리는 잘 펴지지 않아 글씨를 쓰는 것이 힘든 다이어리도 있다. 떡제본으로 만들어진 다이어리 보다는 내지를 갈아 끼울 수 있는 다이어리나 실제본으로 되어 있는 것을 고르면 잘 뜯어지지도 않고 튼튼하면서 대체로 잘 펴진다. 다이어리 크기가 너무 작아도 잘 펴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적당한 크기의 다이어리를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다이어리에는 어떤 내용을 적으면 좋을까?
일상을 기록해도 좋고, 그날 느꼈던 감정이나 반성, 앞으로의 계획 등을 적어두면 앞으로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정 적을 게 없어서 칸이 빈 날엔 그 칸에 명언을 정리해두는 것도 좋다. 중요한 내용을 적어둔 페이지를 잊고 싶지 않다면 포스트잇이나 라벨지로 인덱스를 만들어 관리하면 쉽게 찾을 수 있고 스케줄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