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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Feb 05. 2024

<30년 만에 물에 들어간 맥주병이, 3시간 만에...

헤드업 평영을 배워서, 3분 만에 다른 사람이 수영하게 만든 비결(1)

<30년 만에 물에 들어간 맥주병이, 3시간 만에 헤드업 평영을 배워서, 3분 만에 다른 사람이 수영하게 만든 비결>


인트로

새로운 것을 쉽게 익히고 전파해 본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게 내가 잘난 구석이 있어서가 아니라, AC2(Agile Coach Squared)에서 배웠던 여러 가지 것들을 종합적으로 활용한 덕이었다는 점을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내가 개인과 조직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것들과 맞닿아 있다는 점, 누구라도 이런 변화를 삶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이 일화로 증거 하고 싶어 기록을 남겨본다.


수영을 시작하기까지

처음에는 물에 들어갈 생각도 안 했었고 선배드에 누워서 자연이나 볼 심산이었다. 그런데 시키지도 않았건만, 아내 사진 잘 찍어주려고 물에 들어갔다가 들어간 김에 온수풀도 들어가 보며 물이랑 친해졌다. (물론 풀장에선 계속 걸어 다녔다) 생각해 보니 머문/머물 숙소들에 수영장이 많고, 접근성도 좋아서 신행동안 새로운 것을 익혀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 수영이나 배워보자 마음먹은 것이다.


1일 차 : 영법 선택

다음날, 수영하기는 적합하지 않은 특이한 형태의 인피티니 풀에 가게 되었다. 선배드에 앉아서 어떤 영법을 배워볼까 하고 유튜브 검색했는데 헤드업 평영이 보였다. 흔히 호텔수영, 생존수영, (개구리헤엄)이라고 하는 건데 얼굴에 물 묻히지 않고 편하게들 할 수 있다고 그래서 선택했다. 평영의 발차기 방법이 물속에서 사람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형태는 아닌 것 같아 이게 대체 뭔가 싶었지만,, 수영 못하는 입장에서는 이거나 보통의 발차기나 똑같을 것 같아서 배워보자 마음먹었다. (생각해 보니 유치원생 때 수영 배운다고 판잡고 발차기까지 했는데 힘들어서 관뒀던 게 생각났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30년 만에 물에 들어간 맥주병~'이 된 것이다.)


1일 차 : 양질의 정보를 빠르게, 시뮬레이션하면서, 취사습득하기

먼저 배움에 유리했다고 생각된 것 중 하나는 내가 유튜브를 빨리 본다는 것이다. 기본으로 2 배속하고, 자막을 켜고, 영상을 가끔씩 앞으로 돌려가며 보는 편인이라 몇 분 만에 수십 개의 조회수 높은 영상을 훑어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냥 본 게 아니고 '이거 내가 지금 당장 따라 하면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은가?'를 동시에 시뮬레이션하면서 봤다. 유튜브에 수영을 잘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것을 잘 가르치는 사람은 적었다. 초보자들에게 평영 발차기를 설명하면서 고관절이 어쩌고 하는데 이런 영상은 바로 꺼버렸다. 평영 발차기를 하려면 양발 뒤꿈치를 엉덩이 쪽으로 위치시켜야 하는데 물에 뜨지도 못하는 내가 이 자세를 만들면서 고관절을 신경 쓸 수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최대한 발차기와 평영 전반에 대한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그려내는데 도움이 되는 영상을 머릿속에 넣었다.


1일 차 : 학습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선하기

평영에 대한 감을 대충 잡은 것 같을 때 물에 들어갔다.(3분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들어가서 이걸 어떻게 수련하는 게 효율적 일지 계속 생각했다. 처음에는 인피니티 풀의 벽면을 활용했다. 물이 떨어지는 면은 벽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니 그것을 다양하게 움켜잡아가며 발차기를 연습했다. 수심이 낮은 편이라 불편했었는데 가슴팍이 벽면에 붙을 정도의 거리감부터 손 끝으로만 벽을 지지하거나 하는 등 다양하게, 매 발차기에 진전이 있는지를 생각하며 훈련하는 자세를 수정했다. 뭔가 알 것 같은데 싶을 때부터는 벽에서 몇 발자국 떨어져서 손과 함께 연습했다. (최대한 진짜 같은 1회를 시도하려고 했다. 결국 상하체 모든 근육이 협응 하는 감을 잡는 게 핵심이라고 봤다.) 발차기 한 번을 하면 벽에 손이 닿을 수 있게끔 거리를 둔 것이다. 물론 잘 안되었다. 그런데 발차기 시도 하고, 물에서 허우적거리고, 다시 벽과 거리를 만드는 순간마다 내 발차기와 이 시스템에 대한 피드백을 했다.(걸어서 이동하는 순간에는 팔동작도 계속 연습했다) 방금은 뭐가 안되었지? 이거 내가 배우는 느낌이 드나? 계속 자문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못하는 게 정보가 부족해서인지, 숙련이 안되어서인지도 계속 고민했다. 전자의 생각이 든다면 바로 선배드로 올라가서 해당 부분을 충족시키는 유튜브를 찾아봤다. 후자라면 앞서 말한 것들처럼 뭔가 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학습 시스템을 개선했다. 그러니까 적어도 5초에는 한 번씩 개선을 한 것이다. (글을 적고 알았는데 내가 손과 발 모두 각각 연습하기도 하고, 함께 연습하기도 하는 사이클을 구축했었구나)                                                                                                  

1일 차 : 저 리듬이다!

몇십 분 첨벙거렸을까, 속이 미식미식해서 물밖로 올라왔다. 선배드에서 숨을 고르며 방금의 연습을 회고했었다. 뭔가 알 것 같은데 몸은 안 뜨는 것 같고 헤드업은 안되고, 팔로 나아가는 느낌은 드는데 발은 추진력을 잘 못 만드는 것 같고,, 그러면서 풀에서 수영하는 다른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때 어떤 아저씨가 평영을 아주 편하게 하는 거다. 나랑 뭐가 다를까 비교하면서 봤는데 어떤 리듬이 느껴졌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아내에게 신기한 걸 발견한 아이처럼 귓속말이지만 "자기 저 아저씨 봐봐! 발을 뿌리고 채는 리듬이 있어!!"라고 소리를 쳤다. 나는 급하기도 하면서 일정하게 첨벙이는 느낌이었는데, 아저씨는 가볍게 움직인 후 미끄러지는 순간들이 존재했다. 확실히 다른 영법을 하는 사람들도 각기의 특정한 리듬들이 존재했다.    


1일 차 : 다시 한다면 시도해 볼 것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쉬운 것들도 있다. 더 쉽고 빠르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는데 하지 못했던 것. 또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 바로 남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처음에 발차기를 연습하면서 속으론 '아니 내가 내 자세를 볼 수 없으니 매우 힘드네, 눈이 뒤에 달려도 안보이겠다' 라며 투덜거리기도 했다. 아내에게 나를 찍어달라고 한다거나 옆에서 자세를 피드백 달라고 했으면 더 수월하게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만의 시간을 보내게 해주고 싶어서 도움을 구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위의 아저씨처럼 수영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일을 했었으면 많이 달랐을 것이다. 휴양지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짧은 영어로 수영 어쩌고 물어온다면, 웃으며 몇 분 조언해주지 않을 사람은 없었을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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