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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지 않을 자유

No.39 CAFE와 반캉왓

by 심루이

가끔 지인들에게 어디에 쓰는 돈이 아깝지 않냐고 묻는다. 누군가는 옷에, 누군가는 책에, 누군가는 피부에, 누군가는 교육에 쓰는 돈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한 사람의 삶의 가치를 가볍게나마 파악할 수 있다. 나는 경험, 특히 여행에 쓰는 돈이 아깝지 않다. 고민하던 작은 가죽 가방을 사지 않기로 결정하고, 택시 대신 심야버스를 타면서 그 돈을 여행 통장에 넣는다.

치앙마이 여행코스 (7).jpg 물감 푼(?) 연못으로 유명한 No.39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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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사진 찍기 좋은 곳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가끔 여행하지 않을 자유에 대해서 생각한다.


10여 년 전 옆 팀 팀장님께 해외 어느 도시를 좋아하시냐고 물었다. 나의 섣부른 질문에 팀장님의 대답은 이러했다.


'나는 여행 가는 비용으로 좋은 물건 하나를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야. 낯선 곳에 가서 자고 걷는 거 싫어하거든.'


나는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거라고 막연하게 믿어왔던 것 같다. 팀장님의 대답이 머리를 강하게 때렸고 그때의 기분을 아직 기억한다. 이후 여행에 대한 다양한 취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자유여행을 혹은 패키지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에는 정답이 없다.


그저 나는 여행을, 혹은 여행하는 기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더욱. 가기 전에는 가기 싫어, 귀찮아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공항에 가면, 낯선 도시를 걸으며 행복해진다. 통창이 있는 카페에서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평생 만날 일 없는 사람들의 순간을 바라본다. 그 시간들을 통해 결국 또 나를 만난다. 그렇게 모은 순간들은 언제고 다시 재생된다.


내가 얼마나 여행을 사랑하는지 증명하는 행위는 영양제 복용법에서 드러난다. 귀차니즘에 빠져 영양제 유통기한마저 넘겨 버리는 내가 비타민과 홍삼을 알아서 챙겨 먹는 곳이 바로 여행지.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시간에 아프고 싶지 않아서.

치앙마이 여행코스 (23).jpg 예술가들의 커뮤니티 반캉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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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가게들과 원데이 클래스가 열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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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캉왓, NO.39 CAFE 후기

치앙마이 여행코스 (64).jpg No.39카페와 묶어 가면 좋다.

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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