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리고 지금의 우리

추억의 스팟에서 사진 찍기

by 심루이

3년 만의 베이징 추억 여행을 준비하며 예전에 찍은 사진을 하나둘 모았다. 기록을 살피다 그때 심이 어록을 다시 발견하고 깔깔 웃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땡땡땡’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 문제에 ‘밥상만’이라고 적었던 다섯 살의 심이. 늑대와 어린 양 꿈을 꾸고 늑대가 낮잠을 자지 않아서 배를 가르지 못했다고 울먹이던 여섯 살의 심이. 세계지도에 중국과 한국을 바꿔 적어서 나를 당황시킨 일곱 살의 심이. 기록해두길 참 잘했네. 아이가 그때 준 황당한 웃음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베이징 집 부엌에 비스듬히 서서 진지하게 자신의 장래희망이 '아빠'라고 하던 심이도 떠오른다. 왜냐는 물음에 아이는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잖아, 나도 아빠가 되고 싶어."라고 답했다. 까마득 잊고 지낸 그때의 기억을 춘에게 다시 전한다. 당신은 아이의 장래희망이었던 행운의 사나이야.


베이징 곳곳에서 비교샷을 남기기로 했다. 꼬마였던 아이는 어느새 청소년 티가 날 만큼 훌쩍 커버렸지만 개구진 표정만은 그대로였다. 베이징이라는 공간도 많이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다. 그때와 비슷한 느낌을 내려 아이는 꽤 의욕적이었다. 얼굴 각도 이거 맞아? 조금 더 밑으로 찍어봐. 표정이 더 웃겨야 할 것 같아. 뉴진스 뮤직비디오를 찍는 감독처럼 다양한 디렉션을 주고받으며 의미 있는 비교 사진들을 찍었다. 아이는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열두 살 아이에게도 꽤 의미 있는 시간이 흐름, 성장의 흔적이었던 것이다.


타국에서 산 우리의 5년을 추억하고자 떠난 여행이었지만 나에게는 육아 추억 여행이기도 했다. 베이징 곳곳에서 그때의 심이가 나를 향해 웃었다. 가끔 버겁기도 했던 그때의 소란스러움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이제 훌쩍 커버린 아이와 적당한 고요가 남은 나의 시간을 생각한다.


속이 후련하면서도 뭉클하고 금세 몽글해지는 이 마음을 오래 기억하기로 한다.

KakaoTalk_20250304_142023907_05.jpg 798 예술구
KakaoTalk_20250304_132338534_01.jpg
KakaoTalk_20250304_132338534.jpg 전문대가
KakaoTalk_20250304_132338534_02.jpg
KakaoTalk_20250304_132338534_03.jpg
KakaoTalk_20250304_142023907_01.jpg 난뤄구샹
KakaoTalk_20250304_142023907_02.jpg
KakaoTalk_20250304_142023907_03.jpg 랑위앤 스테이션
KakaoTalk_20250304_142023907_04.jpg 쏠라나

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keyword
이전 21화마지막 저녁은 외할머니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