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의 이유

공산당원 디디추싱 기사님

by 심루이

마지막 밤, 띠디추싱으로 공항으로 가는 차를 불러 기다리는데 앱에 새로운 정보가 떴다. 기사님이 공산당 당원이라는 정보였다. 별 정보를 다 알려주네 싶다가 중국에서 이건 사소한 정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누구나 되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될 수 없는 명예로운 일이다. 기사님께 '공산당원 되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굉장하다'고 했더니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공산당 당원답게 기사님은 이번 여행에서 만난 어떤 기사님보다 리더십 있게 대화를 이끌었다.


기사님은 한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불닭볶음면은 먹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매운 것까지 잘 먹는 당신은 역시 공산당이 탐낼 만한 인재군요. 몇 년 전 베이징 큰 마트에서 신라면은 없어도 불닭볶음면은 맛별로 놓여 있었더랬지. 그때 삼양식품 주식을 샀더라면... 갑자기 눈가가 촉촉해졌다.


기사님의 질문은 계속되었는데 친척 중 몇 분은 한국에 다녀왔다며 한국 여행을 추천하느냐고 물었다. 완전 추천한다고 대답하니 '웨이션머(왜)'라는 공산당원다운 날카로운 질문이 돌아왔다.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음식도, 역사도, 관광지도 중국이 최고라고 믿는 40대 공산단원 아재에게 한국은 어떤 방면에서 매력적일까? 어린 친구들이라면 K팝 문화로, 젊은 아가씨라면 예쁜 옷과 화장품을 사러 가면 좋다고 말할 텐데... 아재가 혹할 만한 멋진 이유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있어요,라고 말하려다 보니 중국인들에게는 결코 다정하지 않은 한국인이 떠올랐다.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과 매력적인 전통주 페어링...이라고 말하려다 보니 한국 술은 너무 밍밍해서 물 같아!라고 이야기하던 중국 친구가 떠올랐다. 깨끗해서 좋아요, 라고 말하려다 보니 위생은 40대 아재에게 결코 먹히는 장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어버버버 하고 있자니 공항 도착.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한 내가 수치스러워 트렁크에서 캐리어를 꺼내며 어색하게 빠이빠이했다.


그래도 기사님, 한국에 꼭 오세요. 이유는 그때까지 제가 더 고민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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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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