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욕장과 아이스크림

노천탕에는 눈이 내리고

by 심루이

노천탕과 눈

일본 홋카이도 대부분의 호텔에는 대욕장이 있고 매일 아이와 목욕을 했다. 야외에 작은 노천탕이 있는 곳도 많아서 들락날락했다. 얼음처럼 차가운 바닥에 까치발이 닿을 때마다 희한한 괴성이 났다. 40도가 넘는 열탕에 들어갈 때도 비슷한 괴성. 뜨거움과 차가움은 꽤 닮아있는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며 평소 발목-다리-가슴-목 순서로 단계적으로 진입하는 열탕에 한 번에, 거침없이 뛰어든다.


-너도 토끼발로 뛰어!

-?? 까치발이겠지??


나는 가끔 단어를 잘못 말하는 병이 있는데 그런 엄마를 가진 아이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처럼 알아듣는 능력이 있다. 얼굴은 한없이 차갑고 몸은 한없이 뜨거운, 언제나 좋은 노천탕의 느낌을 나만큼 훌쩍 커버린 아이와 함께 즐기며 깔깔 웃었다.


아사히카와 호텔 노천탕에 나란히 앉아 있을 때는 갑자기 무언가가 흩날렸다. 앗! 아이와 동시에 탄성을 지르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새까만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물체를 관찰했다. 진짜 육각형 별 모양이네, 아이의 혼잣말. 제임스 조이스가 <죽은 사람들>에서 묘사한 '모든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들 위로 최후의 심판처럼 가볍게 내려앉'는 그 눈처럼 부드럽게 흩날리던 눈.


어떤 시간은 기억 속에 영원히 박제된다. 먼 훗날 아이가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된다면 주마등처럼 스쳐갈 순간들에 이 장면이 있을지 몰라... 철없는 엄마는 서둘러 뭉클해졌다.

13 대욕장과 아이스크림 (1).png 하코다테 국제 호텔 대욕장
13 대욕장과 아이스크림 (5).png 후라노 힐스 노천 항아리탕
홋카이도 하코다테 호텔 추천 (22).jpg

공짜 아이스크림

대욕장의 또 다른 매력은 공짜 아이스크림. 하코다테, 노보리베츠, 후라노 대욕장 앞 휴게실에는 과일, 초코, 우유 등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이 마련되어 있다. 뜨거워진 몸을 식히며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어릴 때 엄마와 목욕탕을 나오며 마셨던 바나나우유나 요구르트처럼 그것은 어떤 신성한 의식처럼 느껴진다. 춘은 두 입에 미니 사이즈 아이스크림을 끝낸다. 하나를 먹고 두 개를 먹고 세 개를 먹는다. 어떤 맛이 제일 맛있는지 골라보자며 하나, 둘, 셋을 외치는 루틴도 빠지지 않는다. 하루 종일 추위에 떨었던 몸은 탕에서 뜨거워지고 아이스크림으로 다시 차가워졌다. 오징어처럼 물렁해진 노곤한 몸으로 매일 꿀잠을 잤다.

13 대욕장과 아이스크림 (3).png 노보리베츠 마호로바 노천 온천
홋카이도 하코다테 호텔 추천 (23).jpg
홋카이도 후라노여행 (113).jpg

우리에게 대욕장의 기쁨을 선사해준 호텔 리스트


하코다테 국제호텔

노보리베츠 마호로바 호텔

라 비스타 후라노 힐스 내추럴 핫 스프링

호텔 아마넥 아사히카와


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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