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워크와 소유라멘의 도시

아사히카와에서 하고 싶었던 두 가지

by 심루이

홋카이도 2대 도시지만 내겐 무척 낯선 곳이었던 아사히카와에 온 두 가지 이유. 펭귄과 함께 걷고 소유 라멘 먹기.


기적의 동물원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아사히야마 동물원. 한때 폐쇄를 고려했던 지방의 작은 동물원은 행동 전시(Behavioral Display) 프로그램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져 일본에서 가장 인기 많은 동물원이 됐다. 드라마틱한 이 스토리는 영상으로 제작될 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기존 동물원이 동물의 모습에 집중했다면 행동 전시 프로그램은 동물 본연의 능력과 습성을 자연스럽게 끌어내 관객이 관찰할 수 있도록 한다. 먹이를 찾아 무리 지어 이동하는 펭귄의 습성을 활용한 펭귄워크, 먹이를 쫓아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습성을 이용해 원통형 수조를 빠르게 지나는 바다표범, 땅에 내려오지 않는 오랑우탄의 공중 산책 등이 그 예다.


중학생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는 너그러운 곳. 아이뿐 아니라 어른이 더 즐거운 '기적의 동물원'. JR아사히카와역에서 버스를 이용하면 40분 정도 소요되는데 동절기에는 오후 3:30에 문을 닫으니 조금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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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펭귄, 펭귄워크

12월에서 3월, 겨울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더욱 특별한 것은 산책하는 펭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아장아장 걷는 펭귄과 함께 걸어보는 특별한 산책, '펭귄워크'다. 펭귄 컨디션을 최대한 고려해야 하는 연유로 시작일은 12월 중순 즈음 정도로 유동적이다. 홋카이도 도착 후 동물원 인스타그램에서 펭귄워크 시작이 18일이라는 공지를 본 순간 기분 좋은 소름이 돋았다. 프로젝트 시작과는 당최 어울리지 않는 목요일인 18일은 우리가 동물원에 가기로 한 바로 그날이기에. 여행에서 만난 행운은 더 짜릿한 법. 26년은 펭귄과 함께 대운이 깃드는 한 해가 되겠어... 내 최애 동물은 이제 펭귄이야...라고 원심부녀 앞에서 마음껏 호들갑을 떨었다. 작은 것에 크게 기뻐하고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확대 해석하는 나의 재능이 빛을 발하는 순간. 이 재능은 정말이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


아장아장 걷는 펭귄은 어린이집 새싹반 아이들과 비슷했다. 다들 다른 걸음걸이로 서툴지만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는 귀엽고 뭉클한 광경. 이후 맞닥뜨린 거대한 하마는 왜 하마가 제일 무서운 동물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코앞에서 눈을 부라리며 응가 하는 하마의 카리스마는 가히 압도적. 분명 하마와 나 사이에 닿을 수 없는 두꺼운 유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한다.


'인생동물원'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건 역시 눈 때문이다. 눈이 가득한 세상에서 만난 귀여운 래서판다와 졸린 북극곰, 우아한 사슴과 용맹한 호랑이는 쉽게 잊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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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워크는 3월까지 오전 11시, 오후 2시 30분 두 번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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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은 역시 아사히카와 소유라멘

넷플릭스 시리즈 <퍼스트러브 하츠코이>의 하루미치는 이야기했다. '라멘은 역시 아사히카와 라멘이 최고지.' 하코다테가 시오(소금), 삿포로가 미소(된장)라면 아사히카와는 소유(간장)다. 아사히카와 라멘이 유명한 이유는 아사히카와가 홋카이도 내에서도 손 꼽히는 혹한기 지역이라는 점과도 연관이 있다. 겨울철 영하 20~30도까지 내려가는 날씨 때문에 라멘이 금방 식어버리는 문제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물 위에 두꺼운 라드(돼지기름)를 덮었다. 라드가 보온병의 뚜껑처럼 국물을 뜨겁게 유지시켜 주는데 이 독특한 스타일이 아사히카와 라멘의 상징이 된 것.


아사히카와 라멘은 두 종류의 육수를 쓰는 걸로 유명하다. 묵직하고 진한 맛을 내는 돼지 사골 육수에 깔끔하고 감칠맛을 내는 해산물 육수를 섞는다. 면은 다른 지역보다 수분 함량이 낮은 '저가수율 면'을 사용하는데 면 자체에 수분이 적기 때문에, 뜨거운 국물 속에 들어갔을 때 육수를 스펀지처럼 듬뿍 흡수해 풍미가 좋아진다. 약간 꼬들꼬들한 식감이 특징.


아사히카와 라멘 골목이 따로 있지만 굳이 찾아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역 근처에도 유명한 라멘집이 많다. 호텔 근처에 유명라멘 전문점 중 하나인 바이코우켄 본점이 있어서 달려갔다. 제1회 아사히카와 라멘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곳답게 유명인의 사인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가게 벽면. 일본 라멘집은 하프 사이즈를 제공하는데 다양한 음식을 먹고 싶은 여행자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마른 체격에 다부진 근육을 가진 셰프님과 눈을 마주칠 수 있는 바 테이블에 앉아 한 그릇의 라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오래 지켜본다. 셰프님을 돕는 젊은 수제자의 일상과 야망도 짐작해 본다. 옆자리에는 일본 최대 철도 회사인 JR그룹의 제복을 입은 일본인이 앉았다. 제복은 멋스럽고 얼굴은 고단하다. 현지인들 틈에서 라멘을 먹으며 삿포로 생맥주를 들이키는 아사히카와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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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야마 동물원 가는 법 및 정보

아사히카와 바이코우켄 본점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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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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