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IP, 감정을 수익으로 바꾸는 마법

‘브랜드가 남기는 건 광고가 아니다. 세계관이다.’

처음 <벨리곰> 유튜브 채널을 봤을 때, 나는 웃었다. 거대한 곰 탈을 쓴 캐릭터가 야구장에 난입해서 사람들을 놀래킨다. 거리에서 춤을 추고, 아이돌 연습실에 깜짝 등장한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채널 어디에도 '롯데홈쇼핑'이라는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거였다.

이게 바로 IP(지식재산) 전략의 핵심이다. 브랜드를 숨기고, 캐릭터를 키운다. 그러면 사람들은 광고가 아니라 '친구'로 받아들인다.


롯데홈쇼핑은 2018년부터 벨리곰을 조용히 키워왔다. 처음에는 조회수 1만도 안 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매주 영상을 올렸고, 캐릭터에 스토리를 입혔다.


그리고 벨리곰은 '매치랜드'라는 모바일 게임의 주인공이 됐다. 태국과 일본에서는 200여 종의 라이선스 상품이 나왔다. 인형, 문구, 의류, 심지어 카페까지. 이제 벨리곰은 단순한 마스코트가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이 채널의 목적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다. 그들이 만드는 건 IP, 즉 '콘텐츠 그 자체로 수익을 만드는 세계'다.


https://www.youtube.com/watch?v=DDMepE9i4K4&t=118s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는 영화보다 상품으로 더 많은 돈을 번다. 건담은 애니메이션보다 프라모델로 더 큰 수익을 낸다. 디즈니는 콘텐츠보다 캐릭터가 더 많은 돈을 벌고, 건담은 유튜브에서 옛 시리즈를 무료로 공개하며 프라모델 매출을 끌어올린다.


콘텐츠는 감정을 만들고, IP는 그 감정을 수익으로 바꾼다. 이게 IP의 힘이다. 한 번 만든 캐릭터가 수십 년간 돈을 번다.

IP를 키운다는 건 '미래에 투자'하는 일이다. 당장의 매출이 아니라, 10년 후에도 사람들이 사랑할 자산을 만드는 것이다.

광고는 1회성이다. 집행하면 끝이다. 하지만 IP는 영원하다. 한 번 사랑받기 시작하면, 그 사랑이 계속 수익을 만든다. 이게 브랜드가 미디어가 되어야 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다.


그날 이후 나는 모든 프로젝트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이 캠페인이 끝나도, 무엇이 남을 것인가?'

당신도 지금 만드는 콘텐츠에 이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만약 그것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난다면, 멈춰라. 그리고 다시 물어라. '이 안에서 어떤 세계관을 만들 수 있을까?'


캠페인이 아니라 캐릭터를, 광고가 아니라 이야기를, 매출이 아니라 자산을 만들어라.

그때 비로소, 당신의 브랜드는 10년 후에도 사랑받을 것이다.

keyword
이전 06화홈쇼핑 업계의 위기는 스스로 미디어가 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