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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사던 브랜드가, 이제는 광고를 받는다

‘예전엔 브랜드가 광고를 ‘샀다’. 이제는 브랜드가 광고를 ‘운영’한다.

<오늘의집>의 유튜브 채널은 '브랜드의 미디어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이 채널은 자사 상품을 홍보하는 수준을 넘어, 다른 브랜드의 광고를 받는 미디어가 되었다.


식기세척기, 가구, 인테리어 소품처럼 자사 커머스와 직접 관련된 상품을 넘어, 판매하지 않는 브랜드의 캠페인까지 연결한다. <오늘의집>은 이제 단순한 쇼핑 플랫폼이 아니라 '브랜드 콘텐츠 방송국'이다.


가장 놀라운 협업이 멜론과의 프로젝트였다. <음악이 만든 나의 집>. 대표 콘텐츠 <비포애프터> 속에서 멜론의 플레이리스트를 주제로 한 간호사의 자취방을 꾸몄다.

출연자는 자신이 즐겨 듣는 노래를 이야기했고, 디자이너는 그 노래의 감성을 공간에 녹여냈다. 출연자가 즐겨 듣는 노래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음악이 있는 공간'이라는 감정의 서사가 완성된다. 그 안에 멜론은 노골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감정의 배경음악처럼 스며들 뿐이다.


이건 광고가 아니라 '협업'이었다. 두 브랜드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난 것이다. 멜론은 광고비를 냈지만, 사람들은 광고를 본 게 아니라 '좋은 콘텐츠'를 봤다.


https://www.youtube.com/watch?v=__7xw5QfTZM&t=440s


<덱스의 냉터뷰> 역시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처음엔 단순한 마케팅 콘텐츠처럼 보이지만, 재미와 포맷의 힘으로 이제는 타 브랜드의 PPL 광고를 수용하는 미디어가 되었다. 컬리의 콘텐츠 안에서 '솔의눈 하이볼'이 등장하고, 소비자는 광고가 아닌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스크린샷 2025-10-22 130552.png 출처: 유튜브 <일일칠>


재미와 진정성,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콘텐츠만이 다른 브랜드의 광고를 품을 수 있다. 이게 바로 <오늘의집>이 방송국처럼 성장한 이유다.


나는 이 변화를 보며 확신했다. 앞으로 브랜드와 브랜드의 경계는 더욱 허물어질 것이다. 경제 채널이 식품 브랜드와 협업하고, 패션 브랜드가 엔터테인먼트 채널에 출연하는 게 자연스러운 세상이 올 것이다.

브랜드는 더 이상 고립된 존재가 아니다. 서로의 세계관이 만나는 순간, 새로운 형태의 시너지와 수익이 탄생한다. 앞으로의 광고는 '거래'가 아니라 '협연'이 될 것이다. 브랜드는 광고를 사지 않는다. 그들은 이야기를 함께 만든다.


그날 이후 나는 모든 콘텐츠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이 채널에 다른 브랜드가 출연하고 싶어 할까?'

당신도 지금 만드는 채널에 이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만약 그것이 자사 제품 홍보로만 채워져 있다면, 멈춰라. 그리고 다시 물어라. '이 채널이 다른 브랜드와 어떻게 협업할 수 있을까?'


홍보가 아니라 세계관을, 제품이 아니라 감정을, 독점이 아니라 협업을 만들어라.

그때 비로소, 당신의 채널은 광고를 받는 미디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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