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혼자 쓸 수 없다. 협업이 브랜드를 진짜 미디어로 만든다.’
2018년, 나는 SK텔레콤에서 크리에이터 협업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했다. 나는 이미 변화의 신호를 포착하고 있었다. 방송국 PD들이 유튜브로 이직하고,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연예인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제 '재미'는 방송국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숏박스, 과나. 당시 떠오르는 크리에이터들이었다. 나는 제작진들을 직접 만나러 갔다. '우리는 뻔한 광고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에요. 진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결과물은 놀라웠다. 숏박스와 협업한 브랜디드 콘텐츠는 조회수 200만을 넘겼고, 댓글에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광고인지도 몰랐네요.', '현실 고증 미쳤네요.'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이건 단순한 협업이 아니었다. 브랜드와 크리에이터가 서로의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브랜드 콘텐츠는 완성도나 재미 면에서 방송사 콘텐츠와 경쟁하기 어려웠다. 왜? 기업에는 예능 DNA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결정을 내렸다.
'우리가 못하면, 잘하는 사람들과 손잡자.'
롯데그룹은 웹예능 전문 제작사 '오오티비 스튜디오'와 손잡고 <승진왕>을 만들었다. 직장인의 고민을 다룬 웹예능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사람들은 이게 롯데 콘텐츠인 줄도 몰랐다.
내가 직접 포맷 기획에 참여한 세바시의 <변곡점> 시리즈는 특별했다. 이건 처음부터 '브랜드가 참여할 수 있는 포맷'으로 설계됐다. 재미와 완성도가 올라가자, 소비자의 반응이 달라졌다.
이제 콘텐츠 산업은 협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브랜드와 방송국, 심지어 브랜드와 브랜드의 협업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포맷과 장르가 태어난다. 서로의 세계가 섞이면서, 콘텐츠는 더 깊어지고, 브랜드는 더 인간적으로 변한다.
브랜드가 미디어로 진화하면서, 이제는 제작자와 브랜드의 협업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업은 더 이상 광고주가 아니다. 제작자와 함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공동 창작자가 되고 있다.
결국 이야기는 혼자 쓸 수 없다. 함께 만들어야 세상에 닿는다. 협업은 브랜드를 진짜 미디어로 만드는 마지막 퍼즐이다.
그날 이후 나는 모든 협업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파트너를 믿고 있는가, 통제하려 하는가?'
당신도 지금 진행하는 협업에 이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만약 모든 것을 관리하고 통제하려 한다면, 멈춰라. 그리고 다시 물어라. '이 파트너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지시가 아니라 신뢰를, 통제가 아니라 자유를, 광고주가 아니라 공동 창작자가 되어라.
그때 비로소, 당신의 협업은 진짜 콘텐츠를 만들어낼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bhz0W-8lPE&t=6s
https://www.youtube.com/watch?v=dSUI2IjH8Iw&t=8s
https://www.youtube.com/watch?v=ETFTMrNYXkw&t=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