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콘텐츠의 속도를 높이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시험한다.’
2024년 어느 날, 내 메일함에 이런 제목의 메일이 왔다. 'AI가 쓴 기획안입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
나는 첨부파일을 열었다. 10개의 기획안이 있었고, 솔직히 말하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어떤 건 내가 쓴 것보다 나았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제 나 같은 사람은 필요 없는 거 아닌가?'
하지만 곧 깨달았다. 문제는 '누가 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쓰느냐'였다.
AI가 콘텐츠 제작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제 한 명의 마케터가 하루 만에 영상을 만들고, AI는 카피를 쓰고, 음성을 입히고, 편집까지 완성한다. 그동안 제작사와 크리에이터의 전유물이던 영역이 이제 누구에게나 열린 세상이 되었다.
AI는 광고의 효율만 높이는 기술이 아니다. 그 존재는 오히려 기업의 미디어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우리는 제작 인력이 없어서...'라는 변명이 통했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그 변명을 무력화시켰다. 이제 모든 브랜드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차이는 뭘까?
'무엇을 말할 것인가.'
예전에는 콘텐츠를 외주에 맡기면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브랜드 내부에서 AI를 활용해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낸다. 이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브랜드가 스스로 방송국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AI는 광고 문구를 쓰는 것을 넘어, 기획·편집·자막·썸네일까지 자동으로 완성한다. 이제 브랜드는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정교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발신할 수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가 내게 자랑했다. '이제 저희는 하루에 영상 10개를 만들어요. AI 덕분에.'
나는 물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10개를 다 보나요?'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양이 아니라 방향이다. AI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만드는 건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의 확산은 결국 브랜드에게 묻는다. '당신만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AI 시대에 브랜드가 준비해야 할 건 기술이 아니다. 자기만의 '목소리'다. 세상에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전하고 싶은지. 그게 명확하지 않으면, AI는 그저 빠른 복사기일 뿐이다.
나는 확신한다. AI가 1만 개의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가 와도, 사람들은 결국 '진심'이 담긴 하나의 콘텐츠를 선택할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모든 AI 작업물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이 콘텐츠에 우리만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가?'
당신도 지금 AI로 만드는 콘텐츠에 이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만약 그것이 다른 브랜드도 똑같이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멈춰라. 그리고 다시 물어라. '우리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는 무엇인가?'
속도가 아니라 진심을, 양이 아니라 방향을, 효율이 아니라 정체성을 담아라.
그때 비로소, AI는 당신의 브랜드를 더 강력한 미디어로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