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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른디귿 Apr 21. 2021

외로운 한 끼

모모의 시집

<이미지 출처 -pixabay>



외로운 한 끼

-정혜서



아이스크림 한 통을 단숨에 비워냈다

차가움이 혀 끝을 감싸고 달콤함이 입 안을 감돌았다

기분이 잠시 녹아내렸다

금방 왔다가 사라질 거라는 걸 안다


식탁 위에 놓은 점박이 바나나를 하나 들었다

푸르딩딩했던 노란빛이 어느새 늙어가고 있었다

멍들기 직전이 가장 맛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우걱우걱 씹는 내 모습이 싫다


라면을 먹으려 가스레인지를 켰다

짭짤하게 먹고 싶어 물을 조금 덜어냈다

계란 하나를 툭 깨 넣고 휘휘 젓었다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겠다


배달앱을 켜고 좋아하는 양념치킨을 시켰다

오는 시간 동안 배가 불러올까 불안했다

모르겠다

일단 먹고 생각하자


오늘 한 끼 맛있게 먹었는데 아무 맛도 안 난다

뭘 먹었는지 배도 안 부른 것 같다

이 모든 게 외로움 때문이다

밥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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