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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연 Jan 11. 2023

결국엔 모두 나쁜 놈들이다

수사기관의 확증 편향

보통 사람이야 주변에 있는 보통 사람들만 보지만, 수사관이나 검사들은 온통 피의자, 피고인들만 보고 산다. 이런 사람들만 매일 같이 보다 보면 다들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검사나 수사관은 의심하는 게 일이고, 결국에는 다들 나쁜 놈들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간접적으로 계속 범죄를 경험하다 보니 ‘웬만하면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확증편향이 발생하는 것이다. 통계적으로도 판사가 형사사건을 오래 담당할수록 유죄율이 올라간다고 한다. 피의자와 검찰 중간에서 판단하는 판사들도 이렇게 점점 유죄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아지는데, 경찰이나 검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오죽 할까.


물론 수사기관에서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나쁜 사람일 가능성도 상당하다. 수사기관에 있는 사람들도 뭔가 실마리가 있어야 조사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다 보면 실제로 저지르지 않은 잘못에 대해서도 추궁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잘못된 추론에 빠져 조사받는 피의자를 압박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니 늘 명심해야 한다. 


수사관이나 검사는 언제나 당신을 나쁜 놈으로 본다.

그러니 당신이 실제로 저지르지 않은 일을 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이 당신에 대한 오해를 근거로 어떠한 압박이나 추궁을 하더라도 당신이 경험한 사실 그대로를 진술해야 한다.


수사하는 사람들도 당장 자백을 하지 않으니 답답해 하거나 짜증을 낼 수도 있겠지만, 수사하는 사람의 의도에 맞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진술하게 되면 나중에 수사하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압박이나 추궁을 받아도 사실대로 진술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수사기관을 돕는 것이다. 그리고 제일 문제는 잘못된 진술로 당신이 억울한 혐의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검사나 수사관이 친절하게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조사를 받다 보면 “이 사람들이 나를 좋게 보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푹 놓게 된다. 그런데 혹시 당신이 조사 중에 이런 생각이 들면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말이 있다.


수사관이나 검사는 언제나 당신을 나쁜 놈으로 본다.

그들의 친절하고 정중한 태도는 존중할 만한 것이지만최종적인 목표는 당신을 감옥으로 보내는 것이다.

 

실제로 모든 경우에 수사관이나 검사가 당신을 나쁜 놈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가뭄에 콩 나듯 ‘좀 억울한 부분이 있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당신이 ‘검사나 수사관이 나를 잘 봐주고 있는지’를 판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그 확률도 1%도 안 된다. 그러니 당신은 보수적으로 “수사관이나 검사는 언제나 당신을 나쁜 놈으로 본다.”고 생각하고 조사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생각해 보라. 당신을 좋게 봤으면 왜 피의자로 불러서 조사하고 있겠는가. 나 같으면 좋게 본 사람은 피의자로 부르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 좀 상황 파악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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