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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Feb 05. 2024

가죽 장갑 <오늘의 시>

월요일

지하철 역으로 뛰어가는 길

반쯤 벗겨져 덩그러니 놓여있는 너를 만났다

가죽이 솜털 같이 긁어내지도록

닳고 닳은 너를

떨어뜨리고 만 이는 누구인가

아니다 저 홀로 탈출한 것인가

나는 너를 따르지 않겠다

나만은 그저 떨어져 버리겠다

결의한 탈출인가

태초의 맨손이 되어 보라는 축복이었나


해져버린 뒤의 헤어짐이

애석하면서 못내 부러워

검정의 부피들로 가득 찬 이송칸 안에서

겉 가죽 하나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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