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물의 도시'라고 불리는 우다이푸르(Udaipur).
자가트 니와스 팰리스 호텔(Jagat Niwas Palace Hotel)에서 여장을 풀었다. 화이트시티(White City)라는 별명을 가진 도시에 있는 호텔이자 레스토랑답게, 화이트풍의 건물이 특징적인 숙소였다. 우다이푸르는 화강암과 대리석 건물이 많 '화이트시티'로 불린다. 인도의 특정 도시들은 그 도시를 대표하는 고유의 '색상'이 있다. 우다이푸르는 '화이트시티', 조드푸르는 '블루시티', 자이푸르는 '핑크시티', 사막지대 자이살메르는 '골드시티'라는 식이다. 한달 여 동안 진행된 인도 여행의 여독으로 레스토랑에 비치된 쿠션에 고개를 묻고 새근새근 잠에 빠졌다.
점심을 먹고, 피촐라 호수쪽으로 산책을 나갔다. 분위기 있는 차트리(Chhatri), 즉 호수의 정자가 목적지였다. 아름다운 피촐라(Pichola Lake) 호수를 끼고 있는 우다이푸르는 인도의 신혼여행지로 꼽히는 곳이다. '선셋포인트'로도 유명하다. 피촐라 호수 위로 햇살이 반사되어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석양을 보기 위해 이동하는 동안 피촐라호수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가까이에서 보면 맑은 호수는 아니지만, 멀리서 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빛이 감돌았다. 호반도시의 아름다운 전경을 눈에 담았다.
선셋포인트인 몬순팰리스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 이어졌다. 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젊음의 다른 이름은 '배짱'이다. 보호장치도 되어 있지 않은 높은 성벽에 올라 앉아 눈앞에 펼쳐진 지평선을 물들이는 석양을 바라봤다. 성벽이 무너지거나 설사 떨어지더라도 저 석양은 도무지 위험해보이지 않았다. 내 눈높이에는 야트막한 산봉우리들이 있었다. 만약 지금 다시 그 높은 벽에 다시 앉아 보라고, 누군가 권한다면, "어휴, 무서워서 어찌 올라가요."라고 할 것 같은데, 그땐 배짱이 두둑했다. 알지 못해서, 두렵지도 않았다. 무모할 정도의 용기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모를 일이다. 삶의 고비마다 더 용감해지기는커녕, 가장 먼저 용기, 배짱을 하나씩 잃어버렸다. 이제 그 배짱은 모두 과거 얘기가 됐을 뿐이다. 우다이푸르는 영화 007 등 영화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낭만적인 호반의 도시이자, 석양이 아름다운 우다이푸르에 내 젊은 시절의 배짱을 남겨두었다.
그런데, 인도 사람들이란 시티팰리스, 몬순팰리스, 자가트 니와스 팰리스 호텔, 레이크 팰리스 등 이름 뒤에 팰리스(궁전)를 붙이길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그 중에 정말 궁전처럼 화려한 곳은 잘 없다. 까딱하면 멋드러진 이름에 깜박 속아넘어간다. 인도인들의 허풍, 못 말린다. 아, 우다이푸르의 몬순팰리스에서 바라보는 지평선 위의 석양은 허풍이 아니다. 지금도 누군가 또 그 성벽에 올라, 자신의 배짱을 시험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그 무모함을 열렬히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