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적 만남, 아멜리에

by 호림

“알고 있니? 인생은 때로 잃어버리는 날도 있고, 때로 얻는 날도 있는 거야. 또, 오늘 졌더라도 다른 날은 이기는 날도 있어. 인생은 그런 거야.”



0000241_waifu2x_photo_noise3_tta_1.png 오페라 갸르니에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샤갈의 천장화가 화려하게 그려진 오페라 갸르니에를 나와서 지하철을 탄 후였다. 지갑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도둑을 맞은 걸까? 주머니 속엔 환전해 온 돈이 없다. 객차에서 옆자리에 앉은 고수머리의 중년 부인이 황급하게 가방과 주머니를 뒤지는 여행자의 모습을 보며 “괜찮아?”라고 영어로 물어왔다. “돈을 잃어버렸다”라고 말했더니,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돕고 싶어 했다. 그녀의 이름은 ‘아멜리에’. 처음엔 그녀를 경계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경계심이 풀려갔다.


“알고 있니? 인생은 때로 잃어버리는 날도 있고, 때로 얻는 날도 있는 거야. 또, 오늘 졌더라도 다른 날은 이기는 날도 있어. 인생은 그런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경비를 잃어버린 불운의 여행자는 어렴풋이 아멜리에를 만나려고 이 지하철을 타게(혹은 이 여행을 하게) 안배되었던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가 볼래?” 아멜리에를 따라서 무작정 지하철에서 밖으로 나오니, 따스한 햇살이 등을 떠밀었다. 천천히 정갈한 거리를 거닐었다. 함께 거리를 걷는 아멜리에는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말하며, 빛나는 웃음을 던진다. 황금빛이 찬란한 알렉산더 3세 다리까지 탁 트인 풍경이다. 아멜리에와 동행하지 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을 길이다. 앵발리드 군사박물관을 지나기 전 알렉산더 3세 다리의 황금색의 페가수스 조각상은 황금색이었기 때문인지 기백과 고귀한 기운이 넘쳤다. 높이 솟아있는 황금 조각상들은 대개 날개가 있어, 그 날개를 여지없이 펼치고 창공으로 솟칠 것 같다. 그 너머로 파리 전역에서 보일 것만 같은, 에펠탑이 고개를 비죽 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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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 없으면 꼭 우리집으로 와” 연락하라며 메모지를 전하는 아멜리에가 떠나고, 에펠탑이 나올 때까지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파리의 골목들을 지나쳤다. 노천카페에서 사람들의 수다와 찻잔이 받침에 부딪히는 소리, 기물을 정리하는 소리, 신문을 접고 펴는 소리가 부산스럽게 들렸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곳도, 아름다운 노래도, 행복한 웃음도, 아름다운 사람들도, 하고 싶은 일도 가을 빛줄기처럼 무수하게 많다. 밝은 정오, 카페테라스에서 거리의 악사는 멜로디언을 연주하고, 소박한 커피를 마시면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그 카페 너머로 에펠탑이 조용히 서 있었다. 이제 막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정오였다. 한 사람의 호의가 하루낮을 충만해지게 만들 수 있음을 알았다. 나는 그 오후를 즉각 '아멜리에의 마법'이라고 명명했다. 사실 파리는 쌀쌀했고, 여행자를 대하는 공항이나 기차역의 직원들은 무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여행은 살가운 사람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단한번의 스쳐가는 인연이었으되, 결코 가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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