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내와 아들은 게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고심 끝에 아내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학교숙제와 학원의 과제물을 해 놓지 않을 경우 단 1분도 게임을 할 수 없다고 선포를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았다. 약속대로 오늘은 게임을 할 수가 없었다. 과제물이 며칠째 밀려 있기 때문이다. 한 참을 고민하더니 아들은 갑자기 미친 듯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 두 시간...
5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과제물을 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새벽 2시에 모든 숙제를 끝냈다. 그리고 새벽 2시부터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새벽에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을 발견한 아내는 스마트폰을 압수했다. 그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순간 아들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우발적인 혼잣말이었다고는 하지만 아내는 충격을 받았다.
아들은 5시간 동안 공부를 했고 과제를 마쳤으니 게임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고, 아내는 그렇다고 새벽에 게임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게임을 할 때나 친구들끼리 만나서 놀 때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이 다반사다. 물론 욕을 전혀 안 하는 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나도 어릴 때를 돌이켜 보면 친구들과 욕을 하면서 놀았던 것 같다. 오히려 성인이 돼서는 전혀 욕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욕도 친구들과의 정서적 공감대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아내는 대노하여 더욱 격하게 혼을 냈다. 그렇게도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했던 아들이 입에서 욕이라니. 경천동지도 유만부동할 일이었다. 딸도 거칠어진 언행 때문에 가문의 수치라며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아들까지 이모양이니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내는 나의 "냅둬요" 교육철학 때문이라며 화살은 나에게로 돌아왔다.
천진무구했던 나의 자식들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욕 자체를 죄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동방예(禮)의 지국에서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세상 일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듯이 자식 또한 내 맘처럼 자라 주지 않는다. 저녁식사 후 아이들을 집합시켰고 2시간가량 정신교육을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쁘고 순수한 아이의 시절은 지나갔다.
이제 이성(理性)과 이성(理性)으로 인간대 인간으로 만나야 한다. 더 크면 논리로도 밀릴 것이다. 그때부터는 동정심 (同情心)을 유발하는 전략으로 바꿀 예정이다. 몇 번의 지구 대멸종에 공룡은 사라졌지만 바퀴벌레가 살아남은 것은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의 교육도 아이들이 커가는 속도에 맞춰 계속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부모 노릇 참 어렵다.
젖병만 떼도, 기저귀만 떼도, 이유식만 떼도, 혼자 밥만 먹을 수 있어도, 혼자 옷만 입을 수 있어도, 혼자 학교만 갈 수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이 모든 관문을 마스터했고 혼자 공부만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것까지는 욕심인가 보다. 공부를 해서 입신양명을 할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인 학습은 해야 누가 뭔 말을 하는지 알 것 아닌가? 그래도 건강하게 곁에 있어 주는 것으로 감사하다. 더 크면 그때의 걱정이 또 생기겠지.....
사랑한다 나의 자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