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의 모험에서 배운 것

by JJ

김대리는 일은 잘하는데 불만이 많고 짜증이 잦다. 근본이 나쁜 친구는 아닌데 인성이 원만치 못하다. 비가 오면 차가 막힌다고 싫어, 눈이 내리면 지저분하다고 싫어, 바람이 불면 먼지가 날려서 싫단다. 비와 눈과 바람을 모두 좋아하는 나로서는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 회사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을 때가 있는데 배달원의 표정은 항상 밝다. 뭐가 그리 좋은지 항상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짜장면 배달하면서 뭐가 저렇게 좋을까?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는 정말 기분이 좋아 보인다. 목소리도 우렁차다.


얼마 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김대리와 퇴근을 하고 있는데 누가 오토바이를 타고 우리 앞을 지나갔다.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지나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 사무실에 짜장면을 배달하던 그다. 그는 비를 맞으며 배달을 하면서도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나는 김대리를 쳐다보며 한 마디 했다.

"김대리 일은 저렇게 하는 거야"


라디오 사연 속의 주인공이나 TV 드라마에서 나오는 부장님들은 하나 같이 빌런이나 공공의 적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직원들 눈치를 보고 비유 맞추기 바쁘다. 점심시간에 메뉴를 정하는 것 만 해도 그렇다. 내가 대리였을 때는 부장님이 점심 메뉴를 정했는데, 내가 부장이 되니 대리가 점심 메뉴를 정한다.






초등학교 다닐 때 읽었던 "톰 소여의 모험"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톰과 허크가 즐겁게 담장에 페인트를 칠하고 있으니까 벤이 와서 한 번만 칠해 보겠다고 한다. 그러자 톰이 안 된다고 한다. 벤이 계속 칠해 보고 싶다고 조르니까 "그럼 그렇게 하렴~" 하며 톰과 허크는 벤에게 페인트 통을 넘겨주고 놀러 갔다는 얘기다.


회사에서 일할 때나 집에서 집안일을 할 때 "톰 소요의 모험"에서 주는 교훈을 생각하곤 한다. 꾀라면 꾀고 지혜라면 지혜다. 긍정적으로 자기 일에 소신 갖고 열정을 다하면 사람들의 시각을 바꿀 수 있다. 아무리 창의적 인간이고 고급인력이라고 항상 폼 나는 일만 할 순 없다. 허드레 일을 할 수도 있고 잡일을 할 수도 있다.


전문직은 전문직대로 하기 싫은 전문분야의 일을 해야 한다. 대기업 회장님도 비슷할 것이다. 하기 싫은 일들이 있다. 하기 싫은 일을 자기 방식대로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의 문제이다.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하기 싫어하는 잡일을 일부러 즐겁게 해 본다. 그러면 직원들이

"부장님 힘드시죠?" 하고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재미로 하는 거지."


이렇게 말을 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정말 그 일이 재밌게 느껴지기도 한다. 행복이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듯이 일도 힘든 일과 편한 일의 기준도 절대적이지 않다. 남이 보기에는 힘들어 보여도 내가 괜찮으면 좋은 일이다. 얼마나 긍정적으로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요즘은 복잡한 일을 하는 것보다 단순한 일을 할 때가 오히려 즐겁다. 몸이 편하면 머리를 많이 써야 하고, 머리가 편하면 몸을 많이 써야 한다. 다 좋을 순 없다. 즐겁게 일을 하다 보면 파트가 다른 직원들이 도와주기도 한다. 내가 즐겁게 일하면 남도 그 일이 즐거워 보인다. 어떤 일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마인드의 문제다.


결혼 생활도 비슷하다. 어떤 사람이랑 결혼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는 더 중요하다. "너 없이는 못 살아"에서 "너하고는 못살아"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다. 누구를 만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자세로 사는가는 더 중요하다.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은 1876년에 출간된 이후에 지금까지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는 작품이라고 한다. 무려 146년 동안 사람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명작이나 명곡은 읽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감동이 다른것 같다. 나는 담장에 페인트칠 하는 것에 꽃혔다.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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