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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May 25. 2024

나는 꼰대다

언제부터 인지 모르겠지만 아내와 나의 말다툼은 우리의 문제가 아닌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발생하게 되었다. 의견의 차이, 생각의 차이가 말타툼으로 이어졌다. 그 차이를 가볍게만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 부모의 생각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참 어려운 것이 사람이 사람을 훈육하고 교육하는 문제 인 것 같다. 자유롭게 키운다며 방치해도 안되고 사랑한다며 너무 간섭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영유아 때는 적극적 관심을 갖아야 하고 청소년기가 되면 적당한 거리도 필요한 것 같다.  무심한 듯 무심하지 않게, 과하지도 모자라도 않게. 동양철학에서 얘기하는 중용(中庸)처럼.


사춘기 아이들의 생각은 다 맞지도 않고 다 틀리지도 않다. 그래서 틀린 생각을 걸러주고 올바른 생각을 넣어주는 작업을 부모들이 해야 하는데 역시 쉽지 않다. 그 들은 그 들만의 논리와 언어가 있다.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잘못된 것은 설득해야 한다. 고행의 작업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있는가 보다.


사춘기가 오지 않고 성장한 어른은 갱년기가 심하게 올 수 있다고 한다. 사춘기가 심하게 오는 아이들은 부모가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한다. 판단도 미숙하고 경험도 적기 때문에 부모들이 잘 지도해야 한다. 그들은 그들의 생각이 모두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치마를 입고 등교하는 딸아이에게 치마가 너무 짧은 거 아니냐고 한 마디 했더니 얼굴을 붉힌다. 야단을 친 것도 아니고 아빠의 생각을 얘기한 것 일뿐인데 딸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느껴졌는가 보다. 중, 고등학교 때 치마를 짧게 해서 입고 다니는 역사와 전통은 내가 학생 때도 있었다.


큰 일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 안 되겠지만 딸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이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 사회가 갈수록 험해지고 극악무도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니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난다. 어머니는 내가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귀가가 늦으면 잠을 주무시지 않고 기다리셨다. 엄밀히 말하면 잠자리에는 누우셨으나 잠이 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들이 집에 들어와 이불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봐야 편하게 주무셨다고 한다.


그때는 왜 그러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주무시든 안 주무시던 내가 회사에서 야근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서 술을 마시든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래도 부모의 마음은 그런 것이었다. 그 시간 속에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이제 알았다. 요즘 내가 어머니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간섭을 한다고 할까 봐 말도 붙이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들이 찾을 때까지는 조용히 기다리다가 그들이 나를 원할 때 리액션해 주면 되는 것이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낄낄 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를 잘해야 한다. 괜히 관심 갖는다고 주변에서 얼쩡대지 말자.



아이를 키우는데도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의 초심은

"얘야,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가 아니었고 "건강하게만 자라라"였다. 그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루 중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할 시간은 생각보다 적다. 수십 년을 같이 살아도 실제 얼굴을 보고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아까운 시간들을 잔소리를 하거나 싫은 소리를 하며 보내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바른 길로 가기 위해서는 듣기 싫은 소리도 해야 한다. 특히 예의를 가르쳐야 하는데 그것이 가장 어렵다. 학교에서 국, 영, 수만 가르치지 말고 예의도 가르치면 좋겠다.


여성과 약자는 밤에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남성보다 높다. 노파심에 딸에게 너무 늦지 말고 일찍 들어오라고 했다. 내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했는지 모르겠다.


"딸아, 아빠의 진심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이제 아빠가 이런 말을 해 줄 시간도 많지 않아. 너도 조금 있으면 성인이 되잖니. 그때는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지는 나이니 그때까지 만이라도 아빠, 엄마의 말을 들여주렴. 부모는 미성년자(未成年者)인 너희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는 거란다. 건강하게 잘 커주고 있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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