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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Jun 15. 2024

다낭 2

여행이란 무엇인가?

여행의 목적

회사에서 다낭 여행을 다녀왔다. 좋은 숙소에서 비싼 음식을 먹고 왔는데 왜 다시 가고 싶다는 마음은 없을까? 내 생에 워스트(worst) 여행 BEST 3에 들어갈 만큼 재미없고 지루했고 기분도 별로였다.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 마음이 맞는 사람이 없었다.

두 번째. 여행 목적, 여행 취향이 맞지 않았다.

세 번째. 몇 개월 전 가족과 다녀온 곳이라 새로움이 없었다.

네 번째. 세대(世代)와 age의 갭이 너무 컸다. 지향하는 방향 자체가 달랐다.


누이탄타이 핫스프링파크. 멋있어 보이는데 별 재미없었다. 워터파크는 어릴 때 나 젊을 때 가야 한다.


나에게 여행의 목적은 유희가 아닌 힐링이다. 내게 힐링은 자연이다. 음식도 쇼핑도 술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 정확하게 말하면 코드가 맞지 않은 사람들과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며 강제로 쇼핑을 한 후 좋아하지 않은 술을 마신 것이다.


대표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별로 고맙지 않았고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았던 것 20% 싫었던 것 80%다. 그렇다면 굳이 다음에는 갈 필요가 없지 않을까? 맞지 않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억지로 맞춰가며 돈들이고 시간 들여서 여행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원하는 것을 줘야 기쁜 것이다. 원하지 않는 것을 주고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하면 안 된다.



집 떠나 보니 역시 집이 최고다. 살아생전 아버지께서 종종 말씀하시던 생각이 난다.

"내 집이 천국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피가 흐르는가 보다.


여행 내내 묘한 고립감과 소외감과 외로움이 밀려왔는데 마누라랑 통화를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좋아졌다. 내게 필요한 것은 산해진미(山海珍味)나 고관대작(高官大爵)이 아니라 외롭지 않게 해 줄 사람이라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나이가 들면서 더 그런 것 같다.



인생은 묘하다.

집안의 경조사에는 브런치 구독자분들이 올 수 없다. 그러나 회사 사람들은 와서 위로나 축하를 해준다. 반대로 회사 사람들과는 이렇다 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고 위로를 받지 못하지만 브런치에서는 위로를 받는다.


어떤 것이 더 소중한 관계일까? 그냥 인생은 그런 것 같다. 다 필요하지도 않지만 다 필요 없지도 않은 관계들의 하모니. 장기하의 노래 제목처럼 싸구려 커피 마시며 좁은 방에 누워있는 이곳이 내게는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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