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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Jul 06. 2024

농장은 나의 힘

농장의 추억 

농장에 다녀왔다.

8년 동안 주말 농장을 하고 있지만 경력에 비해서 실력은 너무 형편없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교육 차원으로 시작을 했는데 지금은 가족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동안 위기도 있었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농장에 오지 않았고 형은 갑작스럽게 하늘나라로 갔다. 농장을 가장 좋아했던 작은 누이는 직장을 옮기면서 주말에 올 수 없었고 큰 매형은 산재사고로 병원에서 년을 누워 있어야 했다.


주말에 농장을 가도 아무도 없었다.

나의 가족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1년 동안 쓸쓸히 혼자 농장을 지켰다. 농장에는 잡초가 사람키만큼 자랐다. 그 해 1년 동안 수확한 작물은 상추 잎 몇 쪼가리와 배추 세 포기였다. 농장을 그만해야 하나 생각도 했다.



아무도 없는 농장에 혼자 있으면 우울한 감정이 계속 생겼다. 나는 작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농사는 핑계고 농장이라는 공간이 좋았다. 가끔 작물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기도 했지만 평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하늘에 구름을 보는 것이 훨씬 좋았다.


그렇다고 농심(農心)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말라죽고 썩어 죽어가는 작물들 보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살리려고 애썼다. 그렇게 2년이 지나갔다. 지금은 건강을 회복한 매형도 오고 작은 누이도 농장에 온다. 아이들도 학원 가기 싫은 날은 농장에 와서 잡초를 뽑다가 간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했던가?

거창한 말 같지만 그런 심정으로 혼자 농장을 지켰다. 나에게 농장은 단순히 고추 몇 개 따먹으려고 오는 곳이 아니다. 하늘로 간 형과의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다. 농장에 가면 항상 형 생각이 난다. 내 존재감을 확인하는 곳이기도 하다. 농장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로워진다.


주말 농장에도 대단한 선수들이 있다. 땀과 정성과 기술로 작물을 키운다. 농장에서도 나는 중간자다. 농사를 잘 짓지도 않는 그러나 농사를 망치지도 않는. 

농부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한.

역시나 같기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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