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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Jul 13. 2024

청와대에서

완전여름

청와대를 개방한 지 2년이 지났다.

이제 좀 여유롭게 관람해 볼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여전히 북적댄다. 지방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오고 동남아 여행객들도 생각보다 많다. 오전에 치과를 예약해 놓고 시간이 남아서 잠깐 둘러보려고 했는데 오픈런을 하게 될 줄이야.


요즘도 대외적으로 행사가 있을 때는 가끔 사용하기도 하는 가 보다. 생각보다 보안과 경비가 삼엄해서 놀랐다. 옛날 왕들의 집무실과 후궁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경치도 좋고 공기도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계속 사용해도 괜찮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요 며칠 아들 방만 들어주기 프로젝트로 집안 난리다.

이사 온 집 같다. 그동안 내가 써왔던 방을 아들에게 내어 줄 때가 온 것이다. 늦은 감이 있다. 1년 전부터 방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는데 극구 사양하길래 1년을 미루게 되었다.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어서 결심을 했다. 같은 뱃속에서 나왔지만 아들과 딸의 성향은 전혀 다르다.


아들은 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다.

고 싶은 것이 없고 필요한 것도 없다. 다 괜찮다고 한다. 딸은 표현을 하는데 아들은 그렇지 않다.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남들보다 잘해주지는 못해도 남들만큼이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미안하다. 부모는 자식에게 늘 미안하다. 못해주면 못해줘서 미안하고 잘해주면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딸은 아침 7시에 나가서 자정이 되어야 들어온다. 아빠보다 열심히 산다.

아이가 방글방글 웃으며 엄마 젖꼭지는 빠는 모습,

코코몽 가방을 둘러메고 어린이 집에 다녀오며 아빠에게 안기는 모습,

책가방을 매고 손을 흔들며 처음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모습.


어쩌면 부모들은 영화 속의 스틸 컷처럼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이런 몇 가지 장면 때문에 평생을 희생하고 고생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장면들이 너무도 강렬하고 잊을 수 없어서.

부모 들는 대단히 이성적인 척해도 아주 섬세한 갬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완전 여름이다.

젊을 때는 여름이 좋았는데 지금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일을 할 때는 싫고 놀 때는 여전히 좋다. 여러 가지 놀이가 있지만 물놀이만큼 남녀노소가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도 없는 것 같다. 번지점프와 패러세일링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제 번지점프는 무서워서 못하겠다. 패러세일링은 고민 중이다. 패러세일링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든다. 패러일링을 함으로써 나에게 득과 실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한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득과 실을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고 좋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 복잡한 계산과 경우의 수가 없을 때, 오직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 그것이 타이밍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많이 생각하는 것과 깊게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많이 생각할 필요 없다. 결혼은 깊고 짧게 생각하는 것이다. 많이 생각했다고 좋은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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