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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Jul 07. 2024

러브버그가 부럽다.

스킨십의 즐거움 2

마음과 정신이 공허해도 스킨십을 원하고 성욕이 생긴다는 얘기가 있다. 근거가 있는 말인지 모르겠으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내가 어릴 적에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내게 귀찮게 스킨십을 하셨다.


비슷한 경우는 또 있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거래처 사장님 중에 술만 드시면 손을 붙잡고 얘기를 하시는 분이 있었다. 나이 차이가 한 참 나는 아버지 같은 분이셨는데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불쾌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궁금했다.

이 분은 왜 자꾸 내 손을 잡으실까? 남자 둘이 손을 잡고 거리를 걸어 다니는 모습이 뭔가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때 아버지와 거래처 사장님의 나이는 비슷했다.



그런데 요즘 나도 스킨십이 좋아지고 있다. 원래 스킨십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스킨십의 즐거움을 알았고 그 이후로 적극적 스킨러(?)가 된 것 같다. 아이들을 통해서 "스킨십은 즐거운 것이야"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모든 사랑의 완성은 스킨십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와의 사랑도 그렇고 연인의 사랑도 그렇고 부부의 사랑도 그런 것 같다. 스킨십도 습관이다. 모든 습관은 중독성이 있다. 습관에도 모멘텀이 있다. 술도 마시다 보면 더 마시게 되고, 담배도 피우다 보면 더 피우게 된다. 


공부도 몰입을 하다 보면 더 푹 빠지고 운동도 마찬가지다. 성(性)도 그렇지 않나 싶다. 과하게 성(性)에 집착하면 성도착증이 생긴다. 그래서 건강한 스킨십이 필요하고 건강한 섹스가 중요하다. 뭐가 됐건 비정상적일 때 문제가 생긴다.



어릴 적에 엄마의 젖가슴을 만지면서 잠이 들었던 기억이 다. 어릴 적의 기억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내의 가슴을 만지며 잠이 드는 것이 좋다.(적고 보니 민망하다-.-) 아내는 당연히 귀찮아한다. 남자들은 스킨십=섹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남자가 다 그렇지는 않다. 나는 요즘 스킨십 자체가 좋다.


아내는 스킨십을 어색해한다. 연애 때 불타 올랐던 잠깐의 스킨십 이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항간에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아서 불편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한다. 그럴 수도 있지만 스킨십을 어색해하고 불편해하는 면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스킨십은 쾌락이 아니고 정(情)이다. 몸의 언어이고 즐거움이다. 모르면 배우고 어색하면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나도 내가 스킨십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건강한 스킨십을 알려줘야 하지 않나 싶다. 그래야 성인이 돼도 애인과 어색한 스킨십이 아닌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할 것 같다.(그 걱정까지는 안 해도 되겠지만^^)



스킨십을 하면 없었던 사랑의 감정이 생기기도 하지만 스킨십을 사랑의 도구로 사용되면 안 될 것 같다. 사랑해서 스킨십을 하는 것이지, 스킨십을 하다 보니 사랑하게 되었다"는 순서가 바뀐 게 아닐까 싶다. 순서가 바뀌면 스킨십(sex)을 사랑한 것인지, 사람을 사랑한 것이지 헷갈릴 수 있다.


상습적으로 집적거리거나 꼬시기 위한 쌈마이 스킨십도 지양하자. 욕구해소도 중요하지만 욕구 자제는 더 중요하다. 아이와의 스킨십이 시공을 초월한 스킨십이라면 부부나 연인의 스킨십은 필요조건이 다.


그때의 그 감정이 중요하다.

그래서 어렵다. 부부는 평생을 함께 사는데 원하는 바가 틀리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다면 서운하고 상처가 수도 있다. 남편도 아내도 서로 배려해야 한다.


 나는 지금도 사춘기 아들에게 호시탐탐 스킨십을 시도한다. 아들의 반응은 당연히 까칠하다.

"아~ 놔~ 이거 왜 이러세요~~"


러브버그(Lovebugs). 1㎝가 조금 안 되는 크기의 곤충. 러브버그라는 명칭은 짝짓기 하는 동안에는 물론 날아다닐 때도 암수가 쌍으로 다니는 데서 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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