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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Jun 23. 2024

BMW로 출퇴근한다.

그녀와 나는 요즘 BMW로 출, 퇴근을 한다.

그녀는 Bus, Metro, walk.

나는 Bicycle, Metro, walk.

나는 얼마 전부터 전동킥보드(electric kick board)까지 가세되었다.


지천명(知天命)은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라고 하는데, 정작 20대나 지금이나 왜 머릿속은 온갖 상념이 그리 많을까? 결혼하지 않고 자식이 없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여유롭고 자유분방한 삶을 살고 있을 테지만 그 행복감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소고기도 못 먹어 봤을 때 소고기 먹는 사람이 부러운 것. 먹고 나면 별것 없다.


그녀는 17년간의 전업주부 생활을 마치고 취업을 했다. 다행히도 대학 때 가정학을 전공하여 보육교사 자격이 되어 취업이 되었다.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그 녀가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안타깝고 미안하다. 남편이 요리라도 잘하면 맛있게 한 끼 차려주었을 텐데 그렇지도 못하다. 고로 설거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봄부터 집 앞에 있는 공원에 토끼가 나타났다. 누군가 풀어놓았다고 하는데 사람이 다가가도 놀라지 않는다.


오랫동안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경기도로 직장을 옮긴 지 5년이 되었다. 정들었던 동네를 떠나 낳선곳에서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괜찮다. 새로운 곳에 적응 할 만하니 회사가 다시 이사를 했다. 확장이전을 했지만 별로 달갑지 않다. 더 깊숙한 오지로 갔기 때문이다.


출, 퇴근 시간은 왕복 4시간.

서울에서 직장을 다닐 때는 걸어서 10분 거리였는데 10배가 넘는 시간을 걸려서 출, 퇴근을 한다. 불평만 하고 있을 없는 것이, 친한 친구 중에 30년 동안 서울에서 경기도 화성까지 출퇴근을 하는 친구도 있다. 그는 아마 샐러리맨의 전설로 남을 것이다.


집에서 우리 동네 지하철 역까지는 자전거를 이용하고, 회사 근처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는 전동킥보드를 이용한다. 산 넘고 물 건너 출근을 한다. 얼마 전 개혁신당 이준석의원이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진정성 여부를 떠나서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


북한산이 보이는 나의 아지트. 가끔 이곳에 와서 하늘에 계신 어머님과 형에게 넋두리를 한다.


회사가 멀어서 좋은 점도 있다. 지하철에서 OTT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고 강의도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차량 정체가 없어서 좋다. 지천명의 나이에 전동킥보드를 타고 다니며 출, 퇴근을 하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 인생은 늘 이렇다.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 회사 MZ직원들은 나를 부러워한다. 처음에는 위험하다며 걱정했지만 지금은 본인들도 못 타는 전동킥보드를 타고 다닌다며 칭찬을 한다. 한 번 타보고 싶다고 조른다. 타고 싶으면 500원을 내고 타라고 했다. 차도, 자전거도, 오토바이도, 킥보드도  조심히 타야 한다. 세발자전거도 방심하면 위험하다.


요즘 나의 최애 식품, 편의점 스타벅스 카페 라떼.


무더운 여름에도 배달 청년들은 열심히 배달을 한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오토바이를 타고 짜장면을 배달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풍경은 변함이 없다. 


강도 높은 노동, 배달.

일을 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담배.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면서 커피를 마실수는 없으니 담배라도 피우며 피로를 풀기를...


문득 나의 젊은 시절도 기억이 난다. 재수생 시절 분식집에서 알바를 했다. 순두부찌개과 육개장을 배달하다가 돌부리에 걸려서 오토바이가 쓰러졌다. 순두부와 육개장 고깃 덩어리들이 길바닥에 낭자하게 흩어졌다. 몹시 창피했다. 다행히 사장님이 좋은 사람이라 욕은 먹지 않았다. 아무리 창피한 일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다. 


가짜 BMW 말고 진짜 BMW를 타고 다니는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전동킥보드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지금이 훗날에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위를 보면 반지하에 살면서 BMW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인생의 목적이 BMW는 아니기에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가짜 BMW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꼭 타보고 싶다면 탈 수 있는 방법도 있으니 아쉬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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