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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Jul 21. 2024

나의 마누라

이해반 포기반2

K  17년 동안 못 고치는 습관이 있다.

그 녀아침밥상을 차릴 때 국과 메인요리(프라이)를 항상 늦게 식탁에 내놓는다. 밥을 다 먹고 수저를 내려놓을 때쯤 국과 달걀 프라이를 내놓는 것이다.


분, 초가 시급한 아침 출근 시간에

이런 기묘한 행동들은 반복이 되었다. 최대한 따뜻한 음식을 주기 위해서 식탁에 앉으면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명분은 옳고, 정성은 갸륵한데 실리(實利)가 없다.


아침에는 바쁘니까 국도 필요 없고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내가 꺼내서 먹고 가겠다고 굳이 프라이팬에 기름을 붓는다. 먹고 가지 못하니 서로 안타까울 뿐이다. 시간이 없어 못 먹고 가면 따뜻한 음식 만들어 놓았는데 먹지 않고 가느냐며 서운해한다.


오늘도 나의 아지트 북한산에서


그래도 1년, 2년은 참을만했다. 5년쯤 반복이 되면 슬슬 자증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아니... 국 없어도 된다니까~ 그냥 냉장고에 있는 거 내가 꺼내서 먹고 간다고"


그 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달걀 프라이를 부쳐댄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다. 출근 시간이 너무 촉박한 상황. 식탁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역시 급하게 부친 달걀 프라이를 식탁으로 내놓는다. 먹고 가면 삐질 거 같아서 급히 먹다가 입천장이 데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괜찮다는데 계속 들이미는 저의는 무엇일까? 차가워도 괜찮으니 미리 달라는 말도 했었다. 이런 일이 10년째 반복이 되면 자증은 화(火)가 된다.


'아... 놔~ 나를 먹으라고 주는 거야? 약 올리려고 주는 거야? 먹지도 못하고 나가는 음식을 왜 만들어...'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다. 아내는 내가 못 먹고 나가면 아이들이나 본인의 먹으니까 괜찮다고 했다. 달걀 프라이를 만드는 진정성에 의심이 가기 시작한다.



물, 홍삼, 비타민, 장에 좋은 유산균. 

다른 것들은 철두철미하게 잘 챙기는데 왜 유독 국과 달걀프라이만큼은 타이밍을 못 맞추는지 알 수가 없다. 결혼생활이라는 것은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크고 작은 기묘한 일들이 수없이 반복된다.


이런 디테일은 연애 때는 알 수 없다.

이를 견뎌내고 이해할 때 진정한 서방과 마누라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사소한 썸씽(something)을 견뎌낼 자신 없으면 결혼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결혼은 이해반 포기반이다.





*사족

이 글을 마누라가 보면 안된다. 예전에 마누라 뒷담화 글을 썼다가 능지처참 당할 뻔했다. 살다 보면 부부가 서로 뒷담화 하면서 스트레스 풀고 그러는 거지.... 아무튼 후환이 두렵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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