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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원리

행복이란 무엇인가?

by JJ

대장내시경이라는 검사가 있다. 하루를 금식하고 약물을 복용하여 장을 완전히 비워야 한다. 약물을 먹으면 속도 꽤나 거북하다. 검사방법도 유쾌하지 않다. 성인들 건강검진 중 기피대상 1위라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고 난 후 먹는 죽 한 그릇...


높은 산을 힘들게 오르고 나서 먹는 컵라면, 군대에서 200km 행군을 하고 먹는 개밥 같은 전투식량(지금은 개밥이 더 비싸지만)한 봉지는 5성급 호텔에서 먹는 고급음식 보다 더 큰 행복감을 준다.


궁(窮)함을 알아야 한다. 궁핍과 결핍이 사람을 성장하게 하고 성찰하게 한다. 궁(窮)함의 크기가 클수록 행복감은 배가 된다. 그렇다고 매일 밥에다 김치만 먹으며 궁상을 떨자는 얘기가 아니다. 분명한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남들에게는 궁상이 내게는 행복이 될 수 있다.


극한의 외로움을 겪어 본사람은 배부른 로맨스를 기대하지 않는다. 옆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 만으로 고맙다. 로켓트타고 달나라 가려고 용쓰지 말자. 어설픈 행복 코스프레는 하지 말자. 가짜 행복 말고 진짜행복을 찾아야 한다.



오래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허리를 크게 다친 적이 있다. 한 달 동안 입원을 했는데 발가락을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로 신경에 문제가 생겼다. 매일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병실에 누워서 형광등을 보고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한 달 후 퇴원을 해서 집으로 돌아와 방안에 누었다. 작은 방 창밖으로 보이는 연보라색 라일락 꽃이 보였다.

라일락 꽃 향기가 코끝을 찡하게 했다. 태어나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그때였다고 지금도 말할 수 있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감정을 알 수 없다. 내 집마련을 했을 때 보다, 새 차를 샀을 때보다, 결혼을 해서 아기가 태어났을 때보다 그때가 감사했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때는 매일이 절망스러웠다.


이제 행복의 원리가 증명이 되지 않았을까? 뭔가 대단한 것을 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다. 이 말을 곡해하면 안 된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감사함을 잊고 산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더 큰 행복을 위해서 발버둥 친다. 더 큰 행복을 위해서는 더 많은 인풋이 있어야 한다. 인풋이 과하다 보면 정신적 육체적 노동이 되는 것이다. 행복하려고 준비하는 것인데 준비하는 과정이 불행하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퇴원 후 1년간 열심히 치료를 받았다. 치료 목적으로 허리에 좋다는 수영을 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수영을 했고 덕분에 수영은 내가 가장 잘하는 스포츠가 되었다. 수영을 하기 전까지는 축구를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살았는데 이제 수영이 특기가 된 것이다. 인생은 이렇게 알 수 없게 흘러가는 것이다.


문제는 깨달음이 매일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은 매일 수행을 하고 목사님은 매일 기도를 한다. 수행과 기도가 비종교인에게는 음악감상이 될 수도 있고 글쓰기가 될 수도 있고 운동이나 등산이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행복은 의외로 간단하다.

쇼펜하우어가 말하지 않았던가?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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