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낮 최고 기온이 36도를 육박하고 있다. 춥고 더운 날에는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곤욕이다. 종종 현장에 나가서 일을 하는데 죽을 맛이다. 신은 늘 이렇게 삶에 긴장감을 주신다. BMW 출, 퇴근은 생각보다 만족스럽다. (Bicycle, Metro, walk)
사람들의 옷차림과 표정들을 관찰하며 매일 수백 명의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수개월 동안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길을 가는데 같은 얼굴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동네에서는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얼굴이 있다.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유모차를 끌고 오는 젊은 아빠의 모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유모차를 끌고 온다. 눈이 와도 묵묵히 유모차를 몰고 온다. 걸어오는 방향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 구청에서 근무하는 사람 같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 유모차를 끌고 출근하는 아빠. 멋있는 아빠다.
퇴근하자마자 미친 듯이 미숫가루를 타 먹었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결혼 하고 난 후 아내가 가장 잘한 일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주말농장을 시작한 것이고 두 번째는 여름에 맛있는 미숫가루를 타 주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아마 죽기 전까지 나를 즐겁게 해 줄 것이다.
더위를 잠시 식히고 휴식을 취하려고 했는데 마누라가 딸 염색을 해주라고 한다. 방학 때 탈색을 했는데 개학을 해서 다시 염색을 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 학교 다닐 때도 학교에 짚신이나 고무신을 신고 오는 아이도 있었고 머리가 길다고 바리깡으로 옆머리를 밀리는 아이도 있긴 했다.(그 아이는 열받아서 다음날 삭발을 하고 왔는데 반항한다고 디지게 맞았다)
세상 순딩 순딩하고 지고지순(至高至純) 했던 딸이 욕을 하고, 귀를 뚫고, 머리를 탈색하는 모습을 보니 망연자실이다. 내 안에 천사는 어디로 간 것인지. 다행인 건 개학이 되니 자발적으로 염색을 해 달라고 한 것이다. 그것에 심심한 위로를 받아야 했다.
딸아, 건강하고 성실하게만 살아라. 네가 응애~하고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빠는 그 마음이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사색(思索)을 해야 할 것 같다.
요즘은 왜 음악을 듣지 않을까?
요즘은 왜 스포츠를 보지 않을까?
요즘은 왜 드라마를 보지 않을까?
왜 영화도 잘 보지 않고, 친구도 잘 만나지 않는가?
음악이 싫어지고, 스포츠가 싫어지고, 드라마가 싫어진 것이 아니었다.
감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내 마음에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각박해지고, 살벌해지고, 치열해지고, 예민해지고, 거칠어진 것일 뿐이었다. 여전히 발라드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말랑말랑해지고, 친구가 보고 싶고, 감동 드라마를 보면 눈물이 나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돕고 싶다.
아직 악인은 아닌 것 같다. 이번 여행을 다녀온 후 알았다. 변변치 못한 내 삶이지만 여전히 내 삶을 사랑한다. 내 마음속의 어린 왕자는 아직 남아 있을 거라 믿는다. 다시 열정적이어야 한다. 순수한 어른으로 살다가, 순수하게 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