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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되기 3

2024-08-24

by JJ

부모 되기 3

고등학생 딸과 도서관을 함께 다니니 세상 사랑스럽고 다정하고 말랑말랑하고 아무 걱정도 갈등도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거실 벽에 걸려있는 화목한 가족사진 한 장으로 그 들의 인생이 항상 평탄하고 행복하기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진 속에서는 웃고 있지만 그동안의 세월에는 슬픈 날도 있고 아픈 날도 있고 화나는 날도 있고 기쁜 날도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먼저 키운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이가 어렸을 때는 객관식 문제를 푸는 것 같은데 크면 주관문제를 푸는 것 같고 성인이 되면 논술 문제를 푸는 것 같다고 한다. 격하게 공감한다.


문항수는 적은데 난위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부모도 아이가 성장하면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추어서 생각도 변할 수 있어야 하고 더 세련되야 하고 아이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 집 아이들도 부모의 보호가 필요하다. 아직은 울타리가 필요하다. 아직 울타리 밖으로 나와서는 안된다.



울타리 밖은 위험해서, 돌이킬 수 없이 치명적인 위험도 있기에 부모는 늘 걱정하고 염려한다. 울타리가 아이들에게는 간섭이 되고 감시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면 그게 아니라고, 울타리 밖은 정말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설득하고 이해를 시켜야 하는 것도 부모의 몫이다.


학교 다닐 때 설득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과목을 좋아했다. 점수도 좋고 설득에 자신도 있었는데 자식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키고 데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도움이 안 된다기보다는 내가 교과서를 잘못이해 했거나 아이들의 케이스가 모두 같을 수는 없는 것이겠지....


나는 자식을 잘 키우고 있을까? 좋아하는 음식만 줘서 편식을 하지는 않는가? 자유롭게 키워서 책임 없는 방종(放縱)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늘 맞춰 주고, 받아줘서 예의가 없지는 않은가? 건강이 최고라며 건강만 강조해서 공부의 필요성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너무 이상(以上)적인 말만 한 것은 아닐까?


부모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잘 자라는 아이들이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게 이상한 아이로 자라는 아이도 있다. 가만히 있어도 잘하는 애는 부모도 가만히 있어야 한다. 부모의 케어가 필요한 아이는 부모가 적극적으로 케어해야 한다.



오은영의 말이 대부분 맞지만 맹신하면 안된다. 내 자식은 내가 잘 관찰하고 잘 돌보아야 한다.(오은영을 폄훼하는 말이 아니다. 당연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아이는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나도 아이들 키울 때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모든 아이는 다르다.)


어제는 딸이 학원에 갔다가 늦은 밤이 되었는데도 들어오지 않아서 전화를 했다. 학원 끝나고 친구와 카페에 있다고 했다. 밤길이라 걱정이 되어서 마중을 나갔다. 그리고 위험하니 밤에 늦게 다니지 말라고 얘기했다. 딸의 반응은 까칠했다. 팩트만 보면 너무도 당연한 부모의 조언인데 대화의 기술이 부족했던 것일까? 아니면 딸의 과민반응인 것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딸의 마음을 먼저 읽으려고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미안하다.


결정적인 것은 책에 쓰여있지 않다. 책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마법의 열쇠도 아니고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책한 권 읽지 않고 성공한 사람도 많다. 마무리는 스스로 깨달아야 하고 마지막 완성은 내가 해야 한다. 책을 참고하되 남의 책대로만 살면 안 된다. 내 책을 써야 내 인생이 완성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 죽는 순간에


" 돈 좀 더 벌고 죽을걸....."


" 공부 좀 더 하다 죽을 걸......"


이런 후회를 하면서 죽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나도 아이들에게, 아내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없이 살아야 한다. 나쁜 사람으로 평가되지만 않아도 성공한 인생이다. 나는 내 인생을 그렇게 정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우리 딸도 화이팅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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