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부장은 10년 동안 별거 중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별거를 시작했는데 이제 대학생이 되었다. 이 정도면 이혼을 해도 되는데 왜 이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이들 결혼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결혼하기 전까지는 이혼하지 않겠다고 한다. 별거의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누구에게 귀책사유가 있든 간에 자식을 위하는 마음은 갸륵하다.
총각시절.
나는 "연애하면 결혼하고 결혼하면 애 낳고 애 낳으면 이혼은 없다."라는 철칙과 신념 같은 것이 있었다. 약속시간을 늦지 않기 위해서는 "역산스케줄링"을 해야 한다. 정확한 명칭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대략 의미는 이렇다. 세수하고 밥 먹고 양치하고 옷 입고 이 닦고 나가는 시간이 30분이라고 가정하자.
그런데 기상 시간이 늦어서 시간이 20분 밖에 없다. 그렇다면 늦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가? 덜 중요한 것부터 시간을 조금씩 쪼개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밥을 안 먹으면 이 닦는 시간도 세이브가 된다. 그러면 늦지 않는다.
결혼도 비슷하다. 더 하려고 하지 말고 빼면 쉽다.
"연애하면 결혼하고, 결혼하면 애 낳고, 애 낳으면 이혼은 없다."
그러려면 결혼해도 절대 이혼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먼저 찾아야 하고, 그런 사람의 아이를 낳아야 하고, 그런 사람하고 사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덥석 필 받는다고 연애부터 해서 애를 낳으면 결혼 생활의 유지도 힘들거니와 종국(終局)에는 이혼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K 부장은 그런 면에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지금 바이크를 타고 전국을 누비고 다니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 적어도 자식 때문에 이혼은 못하겠고 10년 별거 정도의 책임감은 있어야 한다. 물론 거듭말하지만 이혼을 해야 할 상황이면 하는 것이 맞다. 자식이 결혼을 한 후에 황혼이혼을 할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건투를 빈다.
광화문 나들이
집에서 광화문이 가까워서 가끔 산책을 간다. 서울에서 태어나 광회문 근처에서 평생을 살았다. 그래서 광화문,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일대에 추억이 많다. 10대 20대 30대 40대의 추억이 모두 다르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궁에서의 마지막 추억은 손자 손녀와 함께 남기고 싶다.
일요일 이른 아침인데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새벽에도 일하는 사람이 있고, 밤을 새워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맛있는 빵을 먹기 위해서 새벽부터 빵집 앞에서 줄을 서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을 빵을 먹기 위해 새벽을 일어나고, 어떤 사람은 빵을 팔기 위해 새벽에 일어난다.
한 때는 이사 생각도 했지만 아무래도 궁을 떠나서 사는 것은 안 될 것 같다. 떠나기엔 추억이 너무 많다. 아내도 같이 산책을 나오면은 좋겠지만 아내는 저녁형 인간이고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쉽지 않다. 아내가 가사와 아이들을 잘 케어하고 있어서 그나마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벤치에 앉아서 혼자 앉아서 샌드위치를 드시는 저 할머니는 아침 산책을 나온 것일까? 아니면 일찌감치 외출을 하신 것일까? 내가 저 할머니의 나이가 되었을 때 함께 나와서 궁을 산책을 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아내든, 친구든, 자식이든 누구여도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