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 내 삶의 모토(motto)이고 지론(持論)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살면서 딱 한 가지 후회되는 일이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부부싸움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 줬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합리화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해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나도 어릴 적에 부모님의 싸우는 모습이 너무 싫어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나 그 다짐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도 컸다. 부부 싸움을 하고 나면 반성하기보다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아내라고 생각이 들어 아내가 더 미워지기도 했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싸움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가벼운 논쟁은 종종 있다.
다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내가 잘못했어. 당신이 옳아"라든가,
"내 말이 맞잖아 당신이 인정해"
이런 식으로 잘잘못을 따지고 결론 지으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더 중요한 건 아이들에게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O, X를 따지지 말고 판결을 내리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아내가 잘못했을지언정 다음에는 O로 바뀐다는 보장도 없다. 남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처만 남고 바뀌는 것은 없는 의미 없는 싸움이 될 수 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아내의 말을 더 들어주고 헤아리는 노력을 할 것 같다. 도량이 넓지 못하고 부덕한 남편이어서 미안하다. 그런 남자를 만났다면 아내로서는 더 행복한 삶을 살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