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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3

2024-08-17

by JJ

도서관에서 3

오랜만에 딸과 도서관에 왔다. 여자와 단둘이 도서관에 온 것은 인생을 통틀어 처음이다. 감회가 새롭다. 10년 전에는 아동 종합자료실에서 딸과 책을 읽었는데 오늘은 일반 열람실에 왔다. 학교 수행평가 과제물로 독후감이 있는 모양이다.


몸살기운이 있어서 집에서 쉬고 싶었지만 함께 가지 않으면 방에서 하루종일 핸드폰을 들고 뒹굴거릴 것 같아서 함께 왔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도서관의 풍경은 비슷하다. 고요하고 조용하고 평온하고 평화롭다. 이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좋아서 도서관을 좋아하는 가 보다. 예나 지금이나 잠자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학창 시절 책을 많이 읽거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도서관이라는 분위기가 좋아서 열심히 출석체크는 했던 것 같다. 내가 학생 때는 에어컨 없이 선풍기 바람맞으며 공부를 했는데 지금은 아주 시원하게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영혼의 자유로움. 굳이 멀리 여행 갈 필요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사람의 얼굴도, 육체도 변한다. 항상 있었던 맛집도 어느새 사라지고 정겨웠던 동네는 재개발이 된다. 다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래도 열심히 찾아보면 변하지 않는 것들이 몇 개 있긴 한 것 같다.


100년 전에 있던 산이 그대로 있고 바다가 그대로 있다. 도서관의 풍경도 그대로다. 또 무엇이 있을까?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사실이 있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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