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된 다는 것은 확실히 인간의 삶이 레벨 업(level up)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레벨 업 된다는 의미가 돈, 명예, 권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부터가 진짜다. 미혼의 삶과 결혼의 삶 중 어떤 삶이 행복하냐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살아도 불행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혼자 살아도 행복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인간이 태어나서 죽는 생로병사에 대한 인생에 대한 통찰은 분명 가족을 꾸리고 사는 사람이 더 폭넓고 깊을 수밖에 없다. 군대 얘기 수 천 번 들어봐야 한 번 갔다 온 것에 비유할 바가 아니다.
행복순으로 따지자면 0세-5세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다. 초, 중, 고, 대, 직장, 결혼, 육아, 부모부양.... 살면 살 수록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그때부터 인생과 삶의 주체가 바뀌고 차원이 다른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다.
삼시 세끼를 먹어도 미혼자와 결혼자의 삼시 세 끼는 의미가 다르다. 목적도 다르다. 가장(家長)의 끼니는 생존과 생사(生死)가 함께한다. 입고 먹고 마시는 모든 이유와 의미가 미혼과는 다르다. 숨을 쉬는 이유도 다르다.
결혼을 안 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결혼을 하면 더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 혼자 살아도 행복하지만 여럿이 살면 더 행복할 수 있다. 결혼은 나를 성숙하게 하고 철들게 했다. 혼자 살았다면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고 인간적으로도 미숙하고 철부지 같은 삶을 살았을 것 같다.
삶에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깊고 넓게 생각해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감과 희생이 함께 따라오는 것이기도 하다. 당연히 더 철학적이고 성숙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도 성숙된 어른이 되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지금 보다 건강에 관심이 없었을 것이고, 내 집을 사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새 차도 사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밥은 대충 먹었을 것이고 운동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참지도 않으려고 했을 것이고, 희생하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고, 쓰레기나 담배꽁초도 길에다 버렸을 것 같다. 아버지로 부모로 부끄럽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왜 사는 것인지 사는 이유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나를 위해서는 애쓰는 사람이 아니다. 적어도 나의 사례는 그랬다.
결혼을 해야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대답을 해주어야 될까 고민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똑같은 질문을 우리 아이들에게 받으면 어떻게 대답을 해 주어야 할까?로 생각해 보니 의외로 쉽게 대답이 나왔다.
살다가 안 좋은 일이 발생해서 이혼을 하게 될지언정, 이별을 하게 될지언정, 사별을 하게 될지언정 결혼은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해주고 싶다. "하긴 하되 잘해야 한다."라는 말도 덧붙여야 한다. 그리고 이해하고 희생하는 마음도 있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려 하고,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싶어 하고, 많은 경험을 하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행복의 질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행복의 질"도 주관적일 수는 있으나 누가 봐도 좋은 건 행복의 질이 높은 것이다. 풍요롭고 다양한 경험들 하면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다.
결혼 무용(無用) 론
결혼 필수(必須) 론
결혼 선택(選擇) 론
많은 말들이 있다.
이순신, 세종대왕, 링컨, 국, 영, 수, 쇼펜하우어, 하루키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살다 보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것들은 찰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그때는 그때의 중요한 것이 있고 지금은 지금의 중요한 것이 있는 것이다. 30년 넘게 솔로 생활을 하고 20년 가까이 결혼 생활을 해보고 얻은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