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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Rush 2024 with Gapyeong

2024여름 가평계곡

by JJ

가평에 다녀왔다. 가평은 추억이 많은 곳이다. 서울,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에게 경춘가도(京春街道)는 나들이의 정석이라고 불릴 만큼 평범하고 소중한 곳이 아닌가 싶다. 대성리-청평-가평-강촌-춘천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기찻길. 언제 와도 좋다.


젊은 시절에도 갔고, 결혼해서 아이들이 어릴 때도 갔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지금도 꾸준히 찾고 있는 곳이다. 사라지지 않고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자연이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 해외 나가서 맛있다는 음식도 먹고 술도 마셔보지만 가평의 물놀이만큼 즐겁지 않다. 어쩔 수 없는 컨츄리 보이인가 보다.


예상대로 아침부터 명당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주차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그 와중에 통행차량들끼리 시비가 붙고 어떤 차는 주차하다가 바위에 문짝을 긁혀서 표정이 말이 아니다. 계곡에는 연령대가 다양하다. 적게는 2-3살 아이부터 많게는 70-80 노인까지 있다.



1980년대의 풍경이나 2024년도의 풍경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사람들은 계곡에 과일, 맥주를 담가 놓고 하나씩 꺼내 먹는 먹는다. 간혹 스마트폰을 꺼내서 보는 사람도 있다. 남, 녀, 노, 소, 젊은 남자, 젊은 여자, 모두가 표정이 밝다.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고 대화를 엿듣는 것도 재미다. 평범한 사람들이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나누는 일상의 대화들. 수박, 포도, 복숭아, 캔맥주, 라면..... 튜브에 몸을 싣고 물 위를 둥둥 떠다니며 파란 하늘을 보고, 맑은 계곡의 물을 보고, 초록의 나무와 숲을 볼 때 너무도 평온하고 정신적인 쾌락이 느껴진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계획에 없던 물놀이였다. 아이들이 중, 고등학생이 된 후로는 함께 물놀이를 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방학인데 하루 종일 방 안에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아이들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바깥세상 좀 구경하게 하려고 고민했다.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계곡 물놀이를 택했는 오히려 아내와 내가 신이 났다. 인생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2주 넘게 열대가가 계속되고 있다. 더워서 새벽에도 잠을 깬다. 샤워를 하고 다시 잠을 청한다. 무더운 여름철을 시원하게 보내는 방법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방안에 가만히 있는 것이다. 그것 보다 더 쉽고 간단한 피서 방법은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꾸역 구역 짐을 싸서 계곡으로 바다로 워터파크로 떠나는 것일까? 그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한답시고 고생을 하면서 막히는 도로로 차를 몰고 나오는 것일까? 고생스럽기는 해도 그 안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 기고 행복감을 찾기 때인 것 같다.


내가 좋으면 고생도 즐거움이 된다. 힘들게 산에 올라가는 것 도 비슷한 이유다. 사랑하는 사람과 살면 고생도 즐거운 마음으로 버텨낼 수 있다. 행복의 원리나 행복의 이유는 비슷하다. 나 혼자만 생각한다면 집에서 에어컨 틀어 놓고 쉬다가 배고프면 나가서 맛있는 거 사 먹으면 된다.



나만 생각한다면 이것보다 완벽한 즐거움과 피서는 없다. 그러나 그런 즐거움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이 함께 고생을 하고 함께 공감하고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엇이든 진짜 좋아하면 고생이 고생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 키우는 것도 비슷하다. 너무 힘들어도 기쁨과 보람이 더 크기에 고생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것이다. 아니 고생을 잊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가 있다.

서울에 반백년을 살면서 이런 곳도 안 가봤다니... 이런 곳이 있었다니... 하는 생각들.

가평에 여러 번 갔지만 가평의 계곡은 처음이었다. 참 좋았다. 왜 이제 왔나 싶었다.

다음에는 강원도 인제 백담계곡에 가보고 싶다.

시끄럽게 울어데는 매미소리가 정겹다.



2024년 8월 여름,

인생은 이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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