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바람피우는데 나라도 가정을 지켜야지. 엔조이는 있을지언정 내 사전에 바람은 없어."
그가 물었다.
"엔조이하고 바람하고 뭐가 달라요?"
내가 대답했다.
"아, 놔~ 예들 들자면 그렇다는 거야. 굳이 구분을 하자면 엔조이는 가정을 지키는 것이고
바람은 가정을 버리는 것이야"
사실 태어나서 한 사람만 사랑하다 죽는 것이 여러 사람을 사랑하다 죽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 같기도 하다. 기혼자들이라면 실제로 바람을 피우지는 않더라도 이런 상상은 한 번쯤 해보았을 것 같다.
"저 남자랑 살을 맞대고 살면 어떤 기분일까?"
"저 여자랑 살을 맞대고 살면 어떤 기분일까?"
성경에는 상상만 해도 간음이라고 하지만 간통죄도 폐지된 마당에 상상하는 조차 죄라고 하는 것은 조금 가혹하다.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사람만 사랑하다가 죽는다는 것은 실로 숭고한 것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바람을 피우고 있으니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다.
남과 여, 암컷과 수컷이라는 존재는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는 것이 있나 보다.그래도 본능과 충동을 조절하고 억제하는 것이 인간의 이성이다. 문제는 이성을 조절하지 못할 정도의 강력한 에로스의 감정이 몰아치면 문제가 된다. 속된 말로 맛이 가는 것이다.
그래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모든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시스템밖에 없다. 의료사고, 교통사고, 회사 업무에서 사고, 가정에서의 외도도 마찬가지다. 임신을 막기 위해서는 콘돔을 사용해야 하고 음주운전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술을 먹지 말아야 한다. 꼭 술을 먹어야 한다면 차를 놔두고 와야 한다. 그러면 음주 운전을 할 확률은 0%다.
환자 뱃속에 가위를 집어넣고 봉합을 하지 않으려면 그것만 체크하는 전담 간호사를 두던가 봉합시간에 맞춰 알람을 울리게 하면 된다.(이를테면) 바람을 피우지 않기 위해서도 이중 삼중으로 방어벽을 쳐 놓아야 한다. 사랑은 죄가 아니지만 잘못된 사랑은 죄다. 잘못된 만남도 죄다.
살다 보면 이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그것을 조절하는 것이 인간이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일부다처제(一夫多妻制), 혹은 일처다부제(一妻多夫制) 시대가 도래(到來)하면 그때를 노려라.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억울하면 시대를 원망해야지 바람을 피우면 안 된다.
죽어도 그 사람 없이 못 살겠다면 이혼을 하고 정식으로 사귀어라. 그것이 인간의 도리다. 모두가 감정 가는 데로 산다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부부들은 몇 안될지도 모른다. 이혼은 하기 싫고 바람은 피워야겠다면 인생을 걸고 피워라. 걸리면 유죄, 안 걸리면 무죄라는 어리석은 생각은 버려라.
가정을 파탄낼 정도로 위대한 에로스는 세상에 없다. 착각이고 망상이고 판타지다. 새로 다가온 사랑도 새로움이 사라지면 그놈이 그놈이 되는 것이다. 명심하자. 오래 함께 살다 보면 사랑이 정이고, 정이 사랑이다. 그것이 리얼이다. 바람피울 시간에 한 번만이라도 봉사활동을 해라. 죽기 전에 좋은 일 한 가지는 하고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