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재 Feb 11. 2019

중년의 커피 뽑기 76

왜? 사냐고 묻거든 “죽음”

명절엔 장사가 별 루이기에 가계 문을 닫을까 하다 설날 하루만 닫고 다른 날들은 열었습니다. 가계 위치가 대형 대학병원 앞이라 약국과 개인병원들이 대부분이라 병원이 문을 닫으면 사람들이 뜸합니다.

그럼에도 집에서 놀아봐야 늦잠이나 자고 텔레 비나 보며 시간 보내면 뭐하나 싶어 가계에 나왔습니다.

예상대로 장사는 꽝이었지만 마음은 편하네요. 어느새 장사 5년 차에 다른 곳보다 좁지만 가계가 편하단 생각이 들다니 살짝 놀랍기도 하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을 어떻게 하면 벗어날까 고민했는데 이젠 삶 자체가 돼가는군요.


병원 앞이다 보니 종종 임종을 앞둔 가족들이 찾아와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합니다. 병원비는 어떻게 할지(사람이 죽는데도 돈이 많이 듭니다.) 보험 관련 얘기, 누구는 왜 안 오는지(꼭 늦거나 안 오는 가족이 있지요.) 유산은 어떻게 나눌지(조금이라도 고인이 남기고 가신다면 이 문제가 제일 중요하겠죠 산사람은 살아야 하니까요. 사는데 돈이 듭니다.)

 슬프다기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아주 담담히 이야기합니다.

죽음은 피해 갈 수 없는 맞이해야 하는 일이지만 정든 가족을 영영 볼 수 없는 슬픈 일임에는 틀림없는 듯합니다.


5년 동안 기억에 남는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엄마이자 아내가 집을 나가 새 살림을 차리고 얼마 되지 않아 임종을 맞이 했나 봅니다.

전남편과 그 자녀들 새 남편과의 어색한 모습도 보았고 할머니께서 90세가 다되셨는데 입원과 퇴원을 몇 차례 반복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이 피곤할 법도 한데 언제나 변함없이 손주들까지 다 모여 돌아가며 걱정하고 간병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할머니께서는 평소 손주들을 키워주시기도 했고 자식들에게 헌신적이었다고 하지만 요즘 세상에 참 보기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어떤 손녀는 할머니 귀에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 가계에 들려 할머니의 상태를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가계 이모는 할머니가 재산이 많으신가? 라며 농담을 했지만 제가 보기엔 할머니께서 평소에 어른으로써의 역할을 가족들에게 잘하신 것 같았습니다.


어제 죽는 꿈을 꾸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내가 죽으면 애들은 어쩌지 우리 부모님은...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분도 이상했고요!


오늘도 아침 6:30 일어나 씻고 가계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밤 10시에 문 닫고 들어가 씻고 잠자리에 듭니다. 가계에 나오면 시간이 참 잘 갑니다.

작가의 이전글 중년의 커피뽑기 7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