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끼워준 가족여행이라 하는 연말 제주여행
연말이 다 가기 전에 논문을 마치고 지도교수님께 최종적인 인준 서명을 받은 뒤에 학교에 제출했다. 아직 마감에 쫓겨 마음을 졸이며 나를 부러워하는 동기들을 뒤로하고 김포공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부모님과 제주여행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논문을 빨리 끝낼 수 있던 큰 요인이기도 하다.
올해 초에 세웠던 계획을 모두 달성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이라 감사했다.
김포공항에서 부모님을 만나서 완성된 논문을 드렸다. 엄마는 수고했다고 하시고 아빠는 "기대한다"고 하셨다. 박사 논문도 기대한다는 뜻이다. 살면서 부모님이 큰 기대나 압박 없이 우리를 대하셨건만 박사 딸내미는 보고 싶으신가 보다. 언젠가는 되겠지!
연예인 스케줄만큼 빡빡한 패키지여행을 소화하면서 버스에서 틈틈이 에크하르트 톨레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라는 책을 읽었다.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다.
한 해 동안 악바리같이 이뤘던 것들은 모두 나의 정체성의 근본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 줬다. 나는 나다. 석사든 임상심리사든 청소년 상담사든, 사회복지사든 심리상담가든, 남친의 애인이든 부모님의 막내딸이든. 그 모든 것이기는 하나 그 어떤 것도 내가 아니다.
제주 땅에서 지금-여기에 머물면서, 나를 뭉쳐내 준 지구별 동료들과의 나름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오!늘~만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