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죽음을 생각한다. 운전할 때, 옆의 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면 죽음이 스쳐 가는 기분이 들고, 비행기가 난기류로 흔들리면 죽음은 내 발밑에 있다고 생각한다. 등과 허리가 자주 아플 땐, 췌장암을 의심한다. 남들도 나처럼 이렇게 자주 죽음을 생각할까? 나는 왜 이렇게 죽음을 가까이 느낄까? 죽음을 직면한 경우나 트라우마도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뉴스 때문이었다. 퇴근길 횡단보도에 서 있기만 했는데, 질주하는 차에 치이고, 담배를 피우러 나갔을 뿐인데 이름도 모르는 사람의 일본검에 휘둘려 생을 마친다. 평소와 같이 운전했을 뿐인데, 차가 급발진하여 갑작스럽게 생을 마친다. 내가 태어난 것이 나의 뜻이 아니듯, 나의 죽음도 나의 뜻이 아니라는 걸 뉴스를 볼 때마다 깨닫는다.
하루를 만끽하며 사는 습관은 내일의 삶을 보장할 수 없어서였다. 날마다 기록하는 이유도 만약 내일 죽는다면, 부모님과 남편, 아이에게 나를 추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나는 없지만, 내가 했던 기록을 더듬으며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날, 네일숍에 갔다가 기묘한 이야기를 들었다.
“저 아는 원장님은요. 이런 일이 있어대요. 어느 날, 상복을 입은 세 여성이 샵으로 들어오더니, 네일케어를 하고 갔대요.”
“상중에요?”
“네. 알고 보니까 그 세 자매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는데, 어머님이 살아계실 때 늘 하는 말이 있었대요. 여자는 늘 꾸미고 있어야 한다. 흐트러지거나, 가꾸지 않는 모습으로, 퍼져 있으면 안 돼. 내가 죽어서 장례식을 하더라고, 너희들 절대 맨얼굴로 있지 말거라. 머리도 단정하게 하고, 예쁘게 꾸미고 손님들을 맞이해.”
상중에 네일 케어를 받으러 온 이유는 어머님의 유언 때문이라고 했다. 장례식장에 온 다른 손님들은 어리둥절할 수 있겠지만, 평소 어머님을 잘 아는 사람들은 자매들의 모습을 보고 이해할 수 있으리라. ‘장례식’이라고 하면 몇십 년 동안이나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웠다. 친구와 이 이야기하다가 장례식에 관한 다른 일화를 듣게 되었다.
“제 친구 엄마는 자기 장례식에 빌린 상복을 입지 말라고 했대요. 집에 있는 검은색 옷 입고 치르라고 했대요.”
개인의 색을 다 없애버린 상복은 마침 누군가에게 빌린 옷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빌린 옷 맞다) 좀 낯선 이야기를 들으니, ‘나의 장례식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나라면 나의 장례식에 온 친구들에게 편지를 한 통씩 전하고 싶다. 그들과 함께 한 시간 속, 아름다운 장면을 선물하고 싶다.
‘00아, 인생에 가장 찬란한 시절과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함께해 주어 고마워. 미국에 간 너를 늘 그리워했어. 자주 연락하면 더 보고 싶을까 봐 일부러 연락 못했어. 미안해.’
‘00야, 네가 없었다면 평생 난 누구와 유머를 주고받았을까? 늘 나라는 자동차가 달릴 수 있도록 웃음 주유해 주어서 고마워. 널 만날 때마다 너의 유머가 부러웠어.’
‘00 언니, 이사 후 동네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아이 친구가 엄마 친구가 되어서 행운이었어요. 아이도 크고, 우리도 함께 클 수 있었던 건 언니가 곁에 있어서였어요. 나의 은인.’
‘딸아. 나와 너무 다른 성향이어서 우리가 자주 부딪히고, 교집합이 없어 속상한 날들이 많았지만, 네 덕분에 엄마의 세계가 넓어졌어. 내 생각을 도끼로 깨준 우리 딸. 딸이지만 삶 속에서는 나의 선생님 같았어. 생기 있고, 활발하고, 정리 잘하는 너를 보며 늘 배웠단다. 엄마의 의무에 갇혀 자주 못했던 말을 전해. 사랑해.’
‘남편, 삶의 어떤 문제든 유연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서 당신이랑 사는 동안 마음이 편안했어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나의 일들을 고상하다고 여겨주어 고마워요. 늘 포옹해 준 것, 사는 동안 행복했어요. 하늘나라에 오게 되면, 나 말고, 다른 여자 만나요.’
잠깐 써 본 이 편지는 오래오래 그들에게 가 닿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만약 이 편지를 내 장례식에서 받게 된다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희들도 이 편지에 답장을 적어 줄래? 하늘에서 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