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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Oct 23. 2024

네 번째 입원의 끝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입원이었다. 일을 그만둔 시아버지의 몸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물건들에 부딪히는 일이 잦았던 이유는 한쪽 눈을 뒤덮은 안개 때문이었다. 거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심각했는데, 말씀을 안 해서 온 가족이 몰랐다. 의사는 큰 병원에 가서 수술할 것을 권했다. 백내장 수술을 무사히 마친 아버님은 새 눈을 얻은 듯 잘 보인다고 했다. 더 이상 더듬거리며 걷지 않게 되었다.


얼마 뒤, 아버님이 밤에 화장실에 가다가 미끄러졌다. 어머님이 응급차를 불러 병원에 갔는데 다리 골절이라고 했다. 뼈 수술로 병원 생활을 해야 했다. 주말이 되어 우리 가족은 병문안을 갔다. 병실에서 본 아버님은 틀어진 쿠션이 불편한지도 모른 채 그대로 있었다. 아버님은 잦은 병원 생활로 고돼 보였지만, 반대로 어머님은 편해 보였다. 병원 생활하는 동안은 아버님의 돌봄을 잠깐 쉴 수 있었다.     


가족들은 어머님이 걱정이었다. 어머님은 퇴근 후, 근력이 약해진 아버님을 씻기고, 기저귀를 갈았다. 이러다 어머님까지 쓰러질 것 같았다. 아들들이 엄마에게 아버님을 요양원에 보내자고 권했지만, 아직 아니라고 내가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 본다며 거절했다. 그 시절 우리가 주고받은 말들은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노년의 예고편 같았다. 자주 먹먹했다. 미래의 내 자식이 지금처럼 이런 상황일 때, 나를 요양원에 보내자고 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요양원을 보내자는 아들들의 말에 울컥했고, 아직은 아니라는 어머니의 말이 뭉클했다.      


아버님은 골절 수술이 끝나고 퇴원한 후, 재활병원에서 이 주 동안 치료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고 또, 다시 병원을 찾았다. 담낭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병원을 가는 횟수가 잦아졌고, 퇴원할 때마다 눈에 띄게 몸이 안 좋아지셨다. 요양원에 대해 거부했던 어머님의 생각이 바뀐 건, 더 이상 본인 몸으로 아버님을 일으켜 세우실 수 없다고 여겨졌을 때였다. 화장실에 꼼짝 못 하고 누워 있는 아버지를 어머니가 일으켜 세울 수 없다며 아들에게 전화했다.      

“이제 더는 안 되겠어. 내가 몸이 작고, 힘이 빠져서 아빠를 일으켜 세울 수가 없어.”

울먹울먹하며 말했다.

“내가 말 했잖아. 이러다 엄마도 병 든다고.”

“그러니까 정말 나도 병들겠어.”

어머님이 마음으로 해 왔던 일이 몸이 버티지 못한다고 느낄 때, 아버님은 요양원에 가게 되었다. 그때부터 온 가족이 여러 곳의 요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요양원의 이름은 많았지만, 안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곳을 얼마 없었다. 모든 과정을 곁에서 함께 지켜본 딸이 나도 알아본다며 휴대폰을 들었다.

“여기 좋은 것 같아. 어르신의 생활을 날마다 카톡 사진으로 보내준대.”

“그런 곳이 있어? 링크 보내줘.”

같이 찾는데 이런 곳은 어떻게 찾는 건지, 역시 요즘 세대의 검색 능력은 남달랐다. 전화를 걸어보니, 대표가 3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자신의 부모님이 요양원을 했고, 그걸 보고 자라면서 가업을 이어받는 운영을 하는 듯했다.


“저희는 이미 자리가 다 차서요. 더는 받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람 마음은 다 똑같다고, 이미 인기가 있는 요양원이라 대기를 오래 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청년대표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자신의 요양원이 다 차서 들어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우리를 도와주려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그 도움으로 요양원 입소에 필요한 서류를 신청할 수 있었다. 서류가 나오려면 2주가 걸렸다.     

“어머니, 힘들지 않으셔요?”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

“아기도 아니고, 어른 기저귀 가는 게 힘드네. 내 남편인데도 이러니... 그래도 몇 주 안 남았으니까, 열심히 해야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생을 걸어간다. 각자가 위치한 시간이 다를 뿐이다. 손녀는 손녀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며느리는 며느리대로, 어머님은 어머님대로 할 수 있는 걸 한다. 나이 듦으로 인해 빚어진 슬픈 상황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슬픔을 닦아내며 오늘을 산다. 온 가족이 손을 잡고 슬픔 속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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