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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Sep 19. 2022

브런치 상금으로 브런치 먹기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 준비하기



10월이면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에 지원하고,

12월이면 신춘문예에 응모한다.

이로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


공모전 초기에는 혹시라도 당선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녔지만, 거듭되는 낙방 소식에 기대치가 많이 줄어들었다. 수상하지 못해도 쓴 글은 사라진 것이 아니기에 스스로 위로하기를 여러 해. 시간이 지날수록 참가에 의의를 두게 되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 늘 혼자 준비했지만 이번에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

미션 클럽을 만들었다.


'10일 동안 하루 한 개의 글을 완성하고, 10개의 글을 모아 브런치 공모전에 응모한다'

제목은 무엇으로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재미있는 카피가 떠올랐다.

<브런치 벌금으로 브런치 먹기>

하루, 하나의 글을 쓰지 못하면, 만원의 벌금을 걷고 미션이 종료되는 10일 후에는 그 돈을 모아 브런치를 사 먹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혼자만의 의지는 연약하지만, 함께하면 줄을 꼬아 만든 댕기처럼 단단해진다.

하루 모집을 했고, 나 포함 4명의 사람이 모였다.

우리는 브런치북 글도 쓰고, 브런치도 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시작하자마자 모범생처럼 날마다 글을 올리는 사람.

바빠서 몇 개를 못 올린 사람.

여행길에도 노트북을 챙겨 글을 올린 사람 등

각자의 상황에서 고군분투했다.


누군가 글을 올리면, 아 맞다. 나도 올려야지 자극이 되었다.

지가 도미노처럼 옆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다.


첫날 단체 카톡방에 <브런치 벌금으로 브런치 먹기>라는 이미지 카드를 만들어 올리다가 문득

이름을 바꾸고 싶어졌다.


언어는 주술적인 힘을 가졌기에 우리의 바람을 담아보고 싶었다.

브런치 벌금이 아닌, <브런치 상금으로 브런치 먹기>라고 말하는게 훨씬 좋을 것 같았다.


우리 중 누군가 브런치북 공모전에 당선이 되어 맛있는 브런치를 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이 미션을 통해 쓴 글로 브런치 상금을 받는다면 동네의 카페가 아닌, 호텔 뷔페를 갈 수도 있다며 상상하는 내내 행복해했다. 그래서 벌금을 상금이라는 단어로 바꿨다.




각자 밥을 하듯 글을 짓고, 카톡창에 공유 했다. 그러면 서로 먼저 읽어 주고, 답글도 달아 주었다. 혼자였으면 고독했을 과정이었는데, 우리끼리라도 읽어주니 그 시간 자체가 온기 있었다. 마치 온돌방에 모여 앉아 뜨거운 군고구마를 호호 불어 가며 먹는 정겨운 분위기였다.


가끔은 서로의 글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자기의 글을 김치에 비유하기도 하고, 자기가 보지 못하는 장점을 서로가 말해주기도 했다. 우리는  각자 다른 곳에 있지만, 하루에 작은 시간을 내서 글을 쓰고, 서로의 곁을 내어주었다.


이 미션의 끝에 어떤 결말이 있을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우리의 글은 수만편의 응모작 중 하나로 심사위원들에게 의미 있는 한 편으로 가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글을 쓴 시간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혼자 준비했던 여러 번의 브런치북 공모전은 무미건조했지만, 올해의 공모전 준비는 진한 곰탕처럼 맛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는 공모전 결과에 상관없이 브런치를 먹으러 갈 것이다.


브런치 글처럼 맛있브런치.

그것이 우리가 우리에게   있는 상이기도 하다.






ps

모임이 끝나고

글쓰기 벌금으로

브런치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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