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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Apr 14. 2024

집이 좋은 사람 (3)

한 발자국씩 늦는 사람

'그때 샀던 주식 팔지 말고 그냥 둘 걸'

'나도 그때 다른 사람말 좀 귀담아듣고 비트코인 좀 사둘걸'


이렇게 '~걸' 하고 말하는 사람을 껄무새라고 한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은 누가 못 하겠는가. 괜히 배가 아파서 하는 말이고 기회를 잡지 못한 나에 대한 자책과 후회가 섞인 말이라서 나는 껄무새가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내 참지 못하고 '아 그때 애플 주식이나 사둘 걸' 하고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


비트코인과 주식 이외에도 '~할 걸' 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부동산일 거다. 한 번만 더 껄무새가 되어보자면 집값이 이렇게 비싸지기 전에 집 살걸 그랬으면 인생이 좀 바뀌었을 텐데 왜 그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나 모르겠다. 나도 월급을 받은 지가 꽤 되었으니 기회가 없지는 않았다. 본격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전인 2016년에는 사회초년생이 되었으니 그때 대출을 받아서 갭투자라도 해두었을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럴 수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 했었는데 거기엔 여러 이유가 있다. 


- 부모님에게 어렸을 적부터 빚이 무서운 거라고 배웠다. 레버리지를 일으킨다는 게 때론 기회가 된다는 걸 몰랐다.

- 이제 막 월급을 받아 본 사회 초년생에게는 한 달 월급도 큰돈이었다. 꼬박꼬박 1년을 모으기만 해도 정말 부자가 된 기분이었는데, 벌써부터 조급하게 더 큰돈을 벌어야지 하는 욕심 따윈 정말 없었다. 억대의 부동산은 너무도 큰 자산이라 감히 올려다보지 못했다. 

언젠가 집을 사야지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첫 집은 신중해야 한다고 들었다. 당시 팀장님이 알려주시길 일도 잘해야 하지만 일보다도 자기 자산의 절반은 부동산 투자로 벌었다고 첫 집은 좋은 기회이니 쉽게 써버리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셨고 나는 그 말을 마음에 새겼다. 

- 언론에서 집 값이 너무 오른다고 호들갑이었다. 소득대비 부동산 가격이 몇 배라고, 주거비 부담이 크고 거품이라고 떠들어댔고 나는 현명하니 돈이 좀 모이고 집 값이 안정될 때를 기다려 사기로 했다. 그전에 알짜 청약에 당첨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 부동산이나 투자 같은 속물적인 것들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많았다. 일이라던가 연애라던가 취미라던가 내 삶은 다른 것들로도 넘쳐났고 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틈이 없었다. 


난 언제나 한 발자국씩 늦는 것 같았다. 한바탕 부동산 영끌 열풍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뒤늦게 정신을 차려보니 살만한 사람들 다 집 산 뒤인 것 같았다. 뉴스에서 거품이라 했던 집 값은 그때부터 두 배는 되어있었고. 알뜰살뜰 1년 2년 모아봤자 오른 집 값을 생각하면 난 더 가난해졌다. 아껴왔던 청약 당첨의 기회는 내 차례가 오지 않았고, 이제는 내 삶에서 '주거'라는 단어가 일이라던가 연애만큼이나 중요하게 느껴지는 시점이 되었다. 


나도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부동산에 들르게 되는데. 그때가 마침 부동산 가격의 정점을 지나던 2021년 상반기. 들른 곳은 GTX 호재로 들썩들썩하며 뉴스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그 동네 인덕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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