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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Apr 28. 2024

집이 좋은 사람 (5)

내 집이 없는 삶은 불행했다. 세 들어 사는 설움 때문이라던가, 이사를 많이 다녀야 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별생각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호갱노노를 켜서 실거래를 확인하고는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서 네이버 부동산을 켠다. 지켜보던 단지의 최저 호가는 어제보다 천만 원이 떨어졌다. 저층 매물이니 나와는 별 상관이 없다. 애초에 너무 비싼 값에 올려놨었다. 저 집주인은 팔 생각이 있는 건가 1층을 저런 가격에 올려놓다니 욕심이 덕지덕지다. 네이버 부동산은 잠시 옆으로 치워두고 유튜브를 켠다. 광수네 복덕방 이광수 대표는 매물이 엄청나게 늘고 있고 10년 만에 오는 기회가 곧 오니 조금만 기다리라 설득하고. 리치고 김기원 대표는 빅데이터 기반으로 예측해 보니 거품이 꺼치고 대한민국이 난리 나니 속지 말고 기다리란다. 곧 큰일이 날 것만 같다. 그런데 그날은 대체 언제 오는지. 분명 올해 상반기였던 것 같은데 어느새 또 하반기를 예견하고 있다. 애초부터 좀 애매하게 말해두기는 했다. 알고 있다. 여러 복잡한 요소들이 영향을 끼치기에 그건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일이겠지. 최근에는 상승을 주장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주로 전세가 상승과 곧 다가올 금리 하락을 이야기하는데 금리 하락이 계속 연기되니 상승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괜찮은 분양에 대해 소개해주는 방향으로 노선을 틀어버린 채널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도 균형 잡힌 시각을 위해 상승을 주장하는 이들도 찾아본다. 괜히 봤다 싶다. 지금이라도 다시 임장을 다녀봐야 하나 심장이 조여 오는 느낌이 든다. 떨어지면 큰 기회일지 모르지만 여기서 다시 올라버리면 이제 더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도파민이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한 번의 루틴이 끝나면 뒤통수가 아리다. 어떠한 확신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없다. 이딴데 쏟을 에너지를 좀 더 나의 행복과 새로운 기회를 위해 썼다면 우린 조금 더 살만했을까. 용기도 없고 절제도 못하는 하남자의 변명일까. 이 딴데라고 말할 만큼 작은 일일까. 눈이 뻐근하다. 눈을 깜빡깜빡하며 풀어주고는 꾸욱 감아서 눈동자를 감싸본다. 회사에 도착하려면 두 정거장이 남았다. 조금 쉬자. 어제까지 마무리했어야 하는 일들이 있지만 잠시만 잊자. 더 중요한 일들이 있다. 어떠한 결정도 없고, 대비해야 할 위험도 모르겠다.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하는데 관자놀이가 지끈지끈하다. 출근해서 어제 못한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 내일의 일은 내일의 내가 잘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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