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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딸깍공방 Oct 07. 2024

파이어족 현실, 물가상승률을 곁들인

파이어 계산기 두드려보고 가셔요

잠시 경제적 자유라는 말을 알기 전으로 돌아가보자. 사실 예로부터 파이어족이란 건 없었다. 몸 건강히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었고, 가능한 오래 경제적 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래서 은퇴 이후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조명된 적도 있었더랬다. 직장인에게 은퇴는 정해진 길이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평균 퇴직 나이가 50세로 너무 이른 대한민국에서 40대 초반 자발적 은퇴를 하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파이어족, 경제적 자유가 많이 회자되던 것은 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자산 버블 시기였다. 노동의 가치보다는 투자 소득, 자산이 더 큰 가치를 갖는 것처럼 보이던 시기. 그래서 생각보다 더 많은 자산을 갖게 된 몇몇이 퇴사를 선언하던 시기였다. 어떤 이는 젊은 나이에 은퇴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산다고 했다. 단지 남들보다 먼저 투자에 관심이 있었고, 남들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다는 이유로. 이런 사람들은 사실 많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파이어족에 대한 이야기는 유튜브와 SNS를 통해 아주 가깝게 느껴졌다. 부러웠다. 부자들은 이야기한다.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하지만 나에게 돈이 충분하다면 회사에서 돈을 버는 대신 내 시간을 어디에 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나의 경우엔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더 부자가 되려고 한다. 행복은 복잡한 주제다. 사람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행복에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능력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것이다. 이는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파이어족이 되고 싶은 이유는 돈을 가장 가치 있는 곳에 쓰고 싶기 때문이다. 내 시간은 나에게 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새는 이런 이야기가 전보다 뜸해졌다. 자산 시장이 한 번 조정을 받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졌기 때문일 거다. 한 번의 출렁거림으로 10억이라는 금융 자산이 9억이 되고 8억이 되어버린다. 노후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자산 가격은 우상향 한다지만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그 우량하다는 미국 주식도 역사적으로 10년씩 횡보하는 일도  흔했다고 한다. 물론 여전히 투자로 괜찮은 수익을 내는 사람도 있을 테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가진 자산과 투자 수익률이 그다지 안정적이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성급하게 파이어족을 선언한 몇몇은 퇴사를 후회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알게 된 이들은 이제 파이어족이 되기를 주저한다. 


파이어족이 되려면 얼마가 필요했을까. 파이어족이 되려면 '25배의 법칙'을 기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1년에 지출하는 생활비 총합의 25배를 저축하라는 이야기인데, 원금을 사용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 4%의 수익으로 생활이 가능하다는 단순한 가정이다. 원문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지나치게 단순화된 내용이 다. 조금만 생각해도 허점이 있다. 1년 생활비를 3000만 원이라 한다면 25배 해서 7억 5천만 원이다. 당장 몇 년은 문제가 없을 테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원금을 까먹는 생활을 하게 되다. 20년 후에도 3000만 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물가상승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각자의 상황이 다른 만큼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은퇴 희망 나이, 기대 수명, 생활 수준, 은퇴 이후 근로 소득, 자녀 계획, 양육비, 병원비. 가능한 많은 것들을 고려할수록 준비된 은퇴를 할 수 있다. 혹은 성급한 은퇴로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한 은퇴 계산 기이, 파이어족 시뮬레이터를 만들어보았다. 


되도록 현실적으로 많은 요소를 고려할 수 있게 만들었으나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 국민연금과 기본적인 복지정책 같이 불확실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것이다.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이 60세의 내가 원하는 삶일까. 30년 후의 나의 변화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과소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현실적으로, 디테일을 놓치치 말고 미래를 그려보자.


나의 경우는 아직 턱도 없다. 안정적으로 은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파이어족이라 부를 수 없을 거다. 자발적인 은퇴가 아니라 떠밀려 은퇴를 하게 되지 않을까. 이럴 바에 자발적으로 건강히 오래 일하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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