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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 진통: 40주차 (1)

쫑알이를 만나러 간다

by 퇴근은없다

40주 차 2일 아침. 이슬이 비쳤다. 이슬은 자궁이 열리면서 나오는 혈액이 섞인 끈적한 분비물을 말한다. 보통 이슬이 비치면 적어도 2~3일 내로는 진통이 시작된다고 한다. 정말 쫑알이를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당장 오늘일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마음이 바빠졌다. 선물 받은 배냇저고리가 세 개나 되어서 하나를 좀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곰돌이 내의로 바꾸러 다녀왔고, 한동안 신경 쓰지 못한 식물들 분갈이를 서둘러했다. 다 안 채워진 쓰레기통을 비우고,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리고. 쫑알이가 곧 올 집을 다시 단장하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은 다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할 일이 쌓여있다. 모유를 스푼으로 먹여야 할 수도 있다고 하니 아기용 실리콘 스푼도 챙기고, 내가 병원에서 신을 슬리퍼도 챙기고, 핸드폰 충전기도 하나 더 챙겨본다. 그렇게 정신없이 빠진 것이 없나 살펴보고 있는데. 아내가 진통이 온단다.



오후 1시, 시작된 진통


진통이 시작된 건 점심 먹고 1시쯤. 20분 주기로 불규칙하게 시작되었기에 처음엔 가진통이라 여겼다. 전에도 가진통은 몇 번 왔었고, 이슬 비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정말로 진진통이 시작되지는 않았을 거라 믿었다. 정말로 쫑알이가 바깥으로 나온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진진통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기도 했던 것 같다. 몇 번이나 아내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몇 분이야? 가진통이지?"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점차 주기가 줄어들어왔고 10분 간격이 되었을 때 비로소


"진진통이구나. 곧 쫑알이를 만나는 거구나..!" 하고 확신을 했다.


그때는 이미 출산 가방을 다 싸두고 출발할 준비가 다 되어있었으나, 매뉴얼대로 진통이 5분 간격으로 올 때까지 기다려 병원에 가기로 했다. 이미 조기 진통으로 배운 바가 있기에 그랬다. 일찍 가봤자 불편하게 병원 신세만 더 지고, 특별히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가능한 편안히 집에서 체력을 보존하고 가자며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고 했다.



저녁 10시 병원으로


마지막 만찬을 아내가 먹고 싶다는 탕수육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진통이 강해지기를 기다렸다. 아내는 진통의 고통이 두렵기도 했으나 진통 주기가 빨라져야 하니 어차피 맞을 매 빨리 맞기를 바랐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진통은 더뎠다. 10분 간격이던 진통이 7분으로 줄었다가 다시 9분이 되었다가 또 6분이 되었다가. 들쭉날쭉이었고 5분이 되기까지는 길기도 긴 시간이었다.


가만히 앉아 기다린다고 주기가 쉽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지지부진하기를 몇 시간째. 우리는 오늘 안 나오려나보다하고. 평소처럼 저녁 산책을 나갔는데 5분만에 주기가 5분으로 짧아진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부터 중력 가속도가 더해져 아래 방향으로 압력이 가해지니 시작된 것 같기도 했다. 큰일 났구나 싶어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니 다시 주기가 10분 넘게 늘어난다. 오늘 낳고 싶으면 다시 걸어야하는건가 싶기도 했으나 본격적으로 아기 낳기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피곤했다. 이럴꺼면 나오지말라지. 급할거 없으니 좀 쉬기로 했다. 체력을 보충하고 내일 낳으면 되지.


그리고 저녁 10시. 침대에 누워 안 오는 잠을 청해보면서 이러다 새벽에나 병원 가게 되나 했는데, 아내가 너무 아파져서 더는 참을 수 없다며 병원에 가자고 했다. 그동안도 진진통이었으나 이제는 정말로 진진통이라며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통증이 온 듯했다. 때가 왔다. 이때를 위해 차도 사고, 운전 연수도 받은 나다. 이제 초보 딱지도 떼고 아빠 딱지 붙이러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내가 말했다.


"드디어 우리 쫑알이 만나는 거야"


그래, 드디어 그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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