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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진통 유발하는 민간요법 총정리: 39주차

나오라고 할 때는 왜 안 나오니

by 퇴근은없다

조기 진통으로 입원해서 제발 배 속에 오래 있다가 나오기를 바랐던 때가 엊그제다. 그때는 뭐 하나만 잘못해도 진통이 와버리는 줄 알았다. 깜짝 놀라거나, 찬 음식을 먹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또 진통이 와버리면 어쩌나 노심초사였다. 조기 진통이 왔던 날도 우리가 아이스크림을 먹어서 그랬구나 자책을 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자연분만하고 싶어"

아내가 말했다. 회복이 빠르기도 하고 모유 수유도 더 쉽다고 하니, 할 수 있는데 안 할 이유는 없다며.

"그런데 어떻게 출산을 할지는 아기 마음이래"

맞다. 결국 아기가 결정하는 거다.

그런데 이제 아기가 나와야 할 때가 되었는데 전혀 소식이 없다. 이미 40주에 유도분만 일정은 잡아놓은 상황. 진통 오는 거 그게 뭐 어려운가 싶었는데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쫑알이 꺼내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진통이 오는 것은 옥시토신 호르몬의 작용이며 진통이 오게 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혹은 염증 반응이 있어야 시작된다고 하는 등 단편적인 얘기들은 찾았으나, 진통이 오는 정확한 원리는 알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다. 과학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수밖에.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자연 진통 유발법 총정리


1. 운동

의사 선생님도 "운동하고 있죠?"라고 물어볼 정도로 진통 오는데 가장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다만 출산할 체력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은 명확하지만 진통을 촉진하는 효과가 증명되지는 않았다고 하기도 하는데,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가장 유력한 진통 유발법인 것 같다.


"계단 오르기가 제일 좋다더라"

"많이 걸어야 한다"

"짐볼을 해야 한다"

"출산을 위한 운동이 따로 있다"


우선 매일 하던 산책을 두 배로 늘렸다. 오전 한 번 산책하고 저녁에도 한 번 더 한다. 아내는 요즘 컨디션이 좋아졌는지 더 많은 거리를 빨리 걷는다. 살짝 뛰어보기도 했는데,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 아무래도 몸무게가 늘어나서 무릎에 부담이 되는 계단 오르기나 달리기는 패스하기로 했다. 제왕절개하는 게 낫지, 진통 불러오겠다고 무릎을 박살내면 안 되는 일이다.


짐볼과 진통 오는 운동도 하루 한 번씩 꾸준히 해야 한다. 출산 성지 영상으로 여겨지는 샤인 킴의 막달운동 영상과 짐볼 영상을 기본으로 하되, 짐볼 운동을 더 하고 싶을 때는 '나와라이' 음원을 틀어놓고 짐볼을 탔다. 이 영상에는 무엇이든 꼭 나왔으면 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모여 있다. 영험한 사이버 공간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경건해진다.




2. 음식

두 번의 조기진통 입원이 아이스크림 먹은 날이었기 때문에 아이스크림만 먹으면 바로 진통이 올 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제일 처음 시도한 것이 아이스크림. 조기진통 왔던 날과 동일한 패턴으로 산책 후 베라에 방문해 할인이 되는 싱글 레귤러를 주문해 둘이 나눠 먹는다. 너무 적은가 싶어서 근처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쿠앤크, 돼지바, 메로나도 챙겨 온다.



그 외에도 자연진통에 도움이 된다는 식품들을 총동원했다. 파인애플, 달맞이 종자유, 보쌈, 매운 음식까지. 달맞이 종자유는 아침저녁으로 한 숟가락. 보쌈도 직접 삶아서 먹어보고. 오랜만에 매운 떡볶이도 시켜 먹었다.



3. 그 외 이런저런 방법들

진통이 임박했을 때 하라는 호흡법과 힘주기 방법 영상에는 출산이 임박하지 않은 산모는 하지 말라는 경고가 붙어있다. 반대로 진통을 불러오려면 따라 하면 되지 않을까? 출산 연습 겸 따라 해봤다. 특히 태림법은 임신, 출산 커뮤니티에서 후기가 좋은 힘주기 법이니 숙지해야 한다. 힘 주기 타이밍에 세상이 노랗게 보일 때 태림법 영상이 떠오르면 분만 성공이라 한다.



진통 잘 오는 지압법도 있었는데, 체했을 때 누르는 부분과 똑같아서 뭔가 막혀서 잘 안 나오는 게 있으면 다 여기를 누르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모든 민간요법이 의심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니 이것도 따라 해본다.


그래서 진통이 오는가?


39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일간 이렇게 수많은 민간요법들을 실천하면서 진통을 불러오기 위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무 일 없이 39주가 끝나고 진통은 오지 않았다. 중간에 몇 번 가진통이 오기는 했으나 이전에도 비슷한 일은 있었으니, 특별히 효과가 있었던 같지는 않다. 좀 더 미리 진통 유발 운동법을 시작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들지만 막상 40주가 되고 나니 그런 생각보다도 뿌듯함이 크다.


마침내 40주..!


지난 12월 임신 소식을 듣고 먼 훗날의 일이라고만 여겨졌다. 8월 24일 분만 예정일. 결국 40주까지 오고야 말았으니 바라던 자연분만이 아니라 유도분만 혹은 제왕절개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은 사소하다. 쫑알이가 건강하게 잘 커줬고, 아내가 지금까지 쫑알이를 잘 키워주었고. 40주를 채웠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잘했다. 벌써 잘 자란 쫑알이가 아내 뱃속에 있는데 어떻게 낳든 무슨 상관인가 이런 쓸데없는 욕심 버려두고 그저 남은 시간 잘 보내기로 했다. 아내와 둘 만의 산책길. 앞으로 단 둘이 산책할 수 있는 날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선선한 저녁 바람과 풀벌레소리. 이대로 충분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러닝을 다녀오는 길에 아내에게 문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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