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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실물보관소 Sep 09. 2024

수영을 배우지않고 물개처럼 될 수 있는방법

현실 감각이란 생각 필터- 적당한 선택들은 적당한 사람을 만든다.

적당한 것이란.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적당한 선택은

후회를 덜 하게 만든다. 평균에 가까우니까. 남들도 다 그런 것 같으니까....     

물건을 살 때는 습관적으로 가성비를 따진다.     

종 종 아주 맘에 드는 옷을 발견할 때도 있었지만, 내가 생각한 가격 한계선 위는 쳐다본 적이 없다. 이런 걸 ‘참을성’이라고 포장하기도 한다.

나중에 더 벌면 사자! 하고 인생을 미룬다. 더 나은 삶을 미뤄버리는 것이다.     

옷만 그러하랴?

핸드폰을 살 때도, 노트북을 살 때도, 차를 살 때도, 집을 구할 때도 그랬다.     

학교나 직장의 선택, 사람을 만날 때도 적당히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을 만나길 선택한다.     

무난한 삶이란 얼마나 사람의 빛을 잃게 만드는가?

눈부신 영감도, 현실 감각이란 생각 필터를 거치면, 무색무취 무미한 것이 되곤 한다.     

 적당한 선택들이 모여서 나를 적당한 사람으로 만든다.

인생은 그저 그런 평범한 것으로 뒤덮인다.

적당한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적당한 것만 선택하는 사람은 이미 습관이 들어버려서, 자기가 그런지 조차 모른다.

적당한 선택이 모이면, 내 의식까지도 적당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좀 더 특별한 것을, 내가 갈망하는 것을 알아주고 선택했다면, 나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 되어있진 않을까?      


이런 얘기도 있다.     

떠돌이 생선 장수가 어느 날 아주 좋은 집에 하루를 묶게 되었다.

아주 고급스러운 방에선 향기로운 냄새가 나고 배불리 먹었지만, 생선 장수는 이 방에서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생선 장수는 자신이 생선 보따리를 보관해 놓은 창고에 가서야 잠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생선 장수에게는 방의 향기로운 냄새보다, 비릿한 생선 냄새가 더 편안하고 익숙했던 것이다.     


그렇게 나도 생선 냄새에 더 익숙하고 편안한,

그래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모른 채 40대 후반이 돼있었다.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고, 그래서 안주하고 변하지 않았다.

변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시도한 적도 없다.


이 나이에 무언가 바꾼다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새로운 시작이 두렵기도 하고... 이렇게 살아온 것이 뭐가 어때서...

그렇게 나이를 먹을수록 변하지 않으려는 타성을 갖게 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다 죽는다.

운이 좋은 케이스라면, 그렇게 안 좋은 습관을 갖고 살다가, 큰 사고가 나거나 죽을병에 걸린 후에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일테면, 병은 안 좋은 습관이 쌓여서 발현되는 것이라, 이렇게 계속 살면 죽는다.’라는 충격을 받고서야 사람은 변할 수 있는 시발점에 서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대개 그런 커다란 충격을 받기 전까지 스스로 자기의 삶을 바꿀 수 없다.     


구명조끼와 스위밍 슈트     


구명조끼에 만족하는 사람은 절대 스위밍슈트를 알지 못한다, 알 필요도 없다.

하지만, 구명조끼는 수영을 못 하게 만든다. 그냥 빠지지 않은 채 물에 떠있는 것 말고 어떤 장점이 있을까? 가격이 싼 거. 하나 정도     

스위밍 슈트(바다수영수트, 웻슈트)는 부력이 있어서 몸이 물에 뜨며(부력의 강도는 선택할 수 있다), 팔을 휘저을 수 있기 때문에, 수영이 서투른 사람이 심지어... 바다에 떠서 수영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물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지고 수영을 쉽게 배울 수 있게 해 준다.

(보온력이 있어서 차가운 물에서도 수영이 가능하며, 전신을 보호해 주는 것은 덤이다. 부력이 큰 것을 입으면 잠수가 안 되기 때문에, 적당한 부력을 선택하는 게 좋다. 웻슈트라고도 한다.)     

대개, 구명조끼만 사용하던 사람 -스위밍 슈트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스위밍슈트를 원할 수 없다.  

하지만, 한번 경험해 본 사람은 다시 구명조끼로 돌아갈 수 없다.


이것은 두렵기만 했던, 바다라는 신세계에 나를 초대하는 사건이 된다.

자유로이 푸른 바다를 유영하는 그 기분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다.


이렇듯, 더 나은 것들을 경험해 보는 일은 한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도약이다.     

생선 장수 같던 내가, 며칠간 최고급 호텔을 경험해 보았을 때.

첫날은 어벙벙했고, 그다음 날은 너무나 큰 만족감에 감동했었다.

특별한 사람으로 케어받고 대접받는 경험은, 내가 그에 걸맞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 버렸다.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던 나는 그렇게 서서히 욕망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의미도 없고, 의욕도 모른 채 눈감고 살던 나에게 이것은 작지만,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렇게 나는 더 나은 것들을 욕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욕망은 나를 더 멋진 사람이 되도록, 가슴을 뛰게 만든다.

사람은 더 좋은 환경과 더 많은 가치를 지닌 것을 사랑하고, 그런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

새로운 이념과, 새로운 세계를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미 같은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중에서 최고의 것들로만 인생을 다시 채워나갈 것이다.

그것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나는 경차를 탔다. 그 차를 타면서도 늘 당당했다.

차가 부끄럽다거나, 무시당한다 느껴본 적은 없다.

그런데 12년 된 이 차의 이상을 느껴서, 동네 오토큐에 수리를 맡기러 갔다.

예약을 하지 않고 가서 꼬박 6시간을 기다렸는데, 돌아온 답변은 '이상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그날 나는 처음 차로 인한 모멸감을 느끼고, 너무나 화가 치밀었다.

차가 12년 되면 원래 그런 거라고, 의사가 바쁘면 환자는 원래 기다리는 거라고 훈계조의 말을 듣고 있던 것이었다.

그래서, 당일로 차를 팔고, 테슬라를 계약해 버렸다.


그렇게 나는 덥석 테슬라를 샀다.

그런 차는 내가 살수도, 탈 수도 없는 차라고 늘 생각해 왔는데,

그 차를 사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원래 그 차를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몇 개 주식을 처분해야 했지만...


그리고 나는

더 좋은 집에

더 재미난 사람들과

더 흥미진진한 삶을 덥석 욕망하게 되어버렸다.

이미 알아버렸기에.


꽤 긴 시간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내 일상이 적힌 글을 모든 사람들이 읽고, 자기 멋대로 해석해 버리는 게 무섭지 않냐고.

내 글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는 건 싫어하던 아내도 그랬고.

아무튼, 글을 쓰는 건 내 안에 있는 어둠과 아픔을 되새기고 까발리는 것이었기에, 큰 두려움의 아우라를 퍼뜨리는 짓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어둠과 과거를 되씹게 만드는 글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글을 쓰면 되니까.

모두 다 까발려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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